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

추억의 애니메이션 리뷰

by 제이투에이치

때는 2071년?쯤 되는 근미래. 하지만 인류는 이미 지구 밖으로 거주영역을 넓혀 버린 듯하다. 화성에는 이미 지구인의 첨단 문명이 들어서있고, 도시가 생겨나고, 비행체들이 다니는 공중 고속도로가 있다. 첨단 문명만 있는 것이 아니다. 뒷골목의 슬럼가도 있고 범죄도 들끓고 있다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카메라는 일상의 나른한 오후의 거리를 비춘다. 미래지만 현대 자본주의 문명과 별반 다름이 없음을 보여주는 도시의 거리. 건물마다 즐비한 상업 광고판. 배회하는 군중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쇼윈도를 구경하는 여성. 조깅하는 사람들. 노숙자의 늦은 점심식사. 경찰과 실랑이 하는 한 운전기사. 이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자전거. 미래에도 살아남은 코카콜라. 편의점, 자판기, 아랍인, 동양인, 흑인, 백인 할 거 없이 모두 평화로워 보이는 도회지의 풍경. 하품하시는 공원 벤치의 할아버지. 이 모든 것들이 담배를 꼬나물고 거리를 거닐고 있는 주인공 스파이크의 백그라운드이다. 이런 자잘한 것들이 별거 아니지만 마치 이 세계가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생동감있는 디테일들에 눈이 뺏껴 메인 스토리는 놓치기 일쑤였다.


이런 나른한 일상들을 보면 이 근미래의 이야기는 디스토피아를 다룬것 같지는 않다. 어느 정도는 성공한, 즉 지구밖으로의 안착에 성공한, 인류의 미래담인가? 하지만, 여느 사이버펑크의 세계관처럼 이 곳에도 테러와 범죄가 끊이지 않고 또 이들을 진압하기 위한 현상금 사냥꾼들(카우보이)이 있다. 물론 이들은 정의가 아닌 돈이 목적이다. 이런 류의 이야기에는 역시 어떤 심오한 가치관을 지닌 캐릭터보다는 역시 쿨한 스타일의 스파이크같은 캐릭터가 제격이다. 그 역시 정의 보다는 돈, 자기 취미에 안식하는 스타일.

그러던 어느날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생화학 테러범이 등장한다. 이 '빈센트 보라쥬'라는 캐릭터는 바로 이 평화로워 보이는 문명의 보이지 않는 어두움을 상징한다. 사실 그는 군인이었으며 생화학 무기 실험 대상이 되어 착취를 당하였고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채 기계처럼 인생을 무의미하게 살아간다. 그는 현실이란 한낮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가치관을 지닌 사상범인 셈이다. 대량 살상을 통해 '천국의 문'에 다가가려는 고독한 테러범과 카우보이들의 대결이 바로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의 주요 내용이다.


스타일리쉬한 영상과, 재즈 선율, 미학적 액션의 조화가 바로 팬들을 미치도록 사로잡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추억을 더듬는 요즘, 티비시리즈판도 다시 즐감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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