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여자 #241 #242

단편 소설 읽기

by 제이투에이치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 <반딧불이 (2014 문학동네)>에서 <비오는 날의 여자 #241 #242>라는 소설을 읽었다. 발상의 전환이 독특하다. 자신의 집 안에서 바깥 세상과 사람들 그 중에서도 어떤 한 여자를 관찰하면서 그려지는 일종의 감정 이입. 그 여자에 관하여 이야기를 한다. 이것 역시 요즘 내가 소설쓰기 습작을 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화자의 시선(視線)과 인물의 내면에 관한 글이라고 볼 수가 있다. 비오는 날의 어두운 집 안에서 홀로 바깥 세상을 관찰을 하고 그리고 방문판매원 여성을 독특한 시선으로 관찰한다는 내용이며, 그 관찰대상들의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들을 유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최고의 표현은 뭐였을까? 주인공인 남자는 혼자 집 안에서 죽은 듯이 바닥에 누워보기도 하고, 숨을 참아보기도 하는 등 죽음을 체험하려고 안간 힘을 쓴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남자는 인간 관계에서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다. 여러 상실을 경험하면서 주변의 사람들을 남달리 관찰하게 된 것이다.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 죽음에 의해서든 여타 어떤 이유에 의해서든 그런 갑작스러운 사라짐은 쓰라리고 공허한 상처를 남기고 만다. 두 명의 사라지는 여성이 등장한다. 하나는 원룸에 살고 있다가 실종된 주인공의 친구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이 이야기가 서술된 시점, 즉 비오는 날에 주인공의 집에 초인종을 눌렀다가 인기척이 없자 떠나버린 방문판매원이다. 주인공은 그 방문판매원이 갔던 길로 돌아오지 않자 영원히 사라져 버렸을 것이라고 확정짓는다.


사실상 여기서 관찰을 하는 남자는 소설가 그 자신이었다. 죽음을 맛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소설가로서 삶을 극단적으로 시험해보는 자기 자신을 그 소설의 화자로 투영한 것 같았다. 그에게 있어서 소설을 쓴다는 행위는 이렇게 아무도 없는 집 안 한켠에서 어두워져가는 비오는 날 늦은 오후 무렵의 바깥 세상을 관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소설가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 사라져 버린 것들의 부재에 대해 유독 남달리 집요하게 의문시한다. 급기야 어두 컴컴한 집 안에서 스스로의 존재성을 실험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오늘 우연히 찾아 읽은 하루키의 단편에 대한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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