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마라톤

by 와이즈쭈꾸미

시작은 단순했다. “연휴기간 동안 42.195km를 달리는 거야!” 단군 이래 가장 길다는 2025년 추석 연휴 첫날, 이상한 도전이 시작됐다. 42.195km, 풀마라톤 코스를 한 번에 뛰는 것도 아닌 연휴기간 열흘에 걸쳐 뛰겠다는 괴상한 목표는 두 사람에게 영향을 받았다.


하나는 영어친구 A, 나보다 한국물정에 바삭한 그녀가 긴 추석연휴 계획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나는 비장하게 달리기라고 답했다. 이때만 해도 달리기는 연휴기간 먹을 기름진 음식에 대한 보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A가 “오 멋진 러닝 어드벤처네.”라고 말했을 때 단순했던 달리기에는 어드벤처라는 단어가 부합할만한 그럴듯한 이름이 필요해졌다.


다른 하나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의 달리기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으며 러너들이 일주일 동안 60km를 뛰었다. 한 달 동안 200km를 뛰었다고 표현하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달리기를 1회에 얼마만큼 뛰었다가 아닌 일정기간에 뛴 거리로 표현하기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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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정했다. “연휴기간 동안 42.195km를 달리는 거야!” 달리기를 시작한 지 40일 차 나의 최대 기록은 여전히 5km다. 하지만 열흘이라는 긴 기간이 주어진다며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루에 4km씩만 뛰면 되니까 할 수 있을 거야’ 이게 얼마나 큰 오판이었는지는 연휴 첫날 내린 비와 함께 밝혀졌다. 첫날을 쉬고 나니 그다음 날부터는 매일 5km 이상 뛰어야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


둘째 날 새벽 3km를 뛰고 셋째 날 4km를 뛰었다. 내 실력은 예상보다 더 형편없었다. 나흘째인 추석 당일 잔뜩 먹고 뻗어버리자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루 최대 4~5km를 뛰는데 그 정도 뛰어서는 연휴기간 동안 목표달성이 불가능했다. 다섯째 날 포기하느냐 아니면 더 많이 뛸 것이냐의 기로에 섰다. 아직 절반이상의 기간이 남아있었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던 남편이 충격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오전에 뛰고 저녁에 또 달리면 되지.” 그래 하루에 두 번 달리면 안 된다는 법은 없었다. 어차피 열흘간의 달린 거리를 합산하는 방식인데 그렇지만 가능할까? 가능했다. 낮에는 공원에서 5km를 달리고 비가 온 저녁 헬스장 트레드밀에서 5.5km를 달렸다.




여섯째 날 4.41km를 겨우 달렸다. 평균 페이스가 조금 올라갔다. 일곱째 날 다리가 파업을 선언했다. 남은 날이 많지 않은데 초조했다. 대망의 여덟째 날 한 번도 쉬지 않고 7km를 달렸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자신을 극복하고 있음을 느꼈다. 아홉째 날이자 공식적인 연휴 마지막 날 8.5km를 달렸다.



연휴는 끝이 났지만 나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연휴 다음날 나만의 풀코스 마라톤을 달성하기 위해 7km를 달렸다. 그렇게 열흘 동안 44km를 달리며 추석 연휴 러닝 어드벤처는 막을 내렸다.


마라톤은 한 번에 42.195km를 달리는 장거리 달리기로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하는 스포츠다. 러닝 초보인 나는 10일간 42.195km 나만의 마라톤코스에 도전했다. 그리고 열흘간의 도전 끝에 이를 완성했다. 열흘은 길었고 42.195km는 더 길었다.


내가 도전한 건 스포츠로서의 마라톤 아니다. 노력과 끈기로 목표를 달성하는 의지의 상징으로서의 마라톤이다.


마흔, 나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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