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by 길을 걷다가

느낌이 있는 사람이 있다.

우연히 스쳐 지나도


은은한 잔향이 남는 사람.

왠지 편안하고 여운이 남는 사람.

화려하지 않지만 미소가 단아한 사람.

손맵시 야무지고 때론 싫은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

헐렁한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사람.


핀잔 먹어도 그리 서운하지 않고

술상도 차려주고 때론 대작도 해준다.

슬픈 드라마 보고 펑펑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투정 부리며 어리광도 잘 피운다.

낄낄 거리며 웃기도 잘하고

잠잘 때 엷은 코골음도 한다.


그런 사람이 그립다.

친구 같은 그런 사람이 그립다.

그리워한다고 만나지는 것도 아니다.


생각만으로도 흐뭇한 그런 사람이 있다.



길을 나서니

달은 밝고 지친 더운 바람이 도심을 가로지른다.

종일 쌓인 답답함을 거리에 흩뿌려버리고

한참을 걷는데...

아이에게 전화가 온다.

대뜸 흐느낀다.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다.

오늘 학교 행사를 망쳤단다.

총장님 모시고 행사를 주관했는데

너무 마음에 들지 않고 해서 부끄러워 죽고 싶단다.

한 참을 이바구 하여 진정시키고 하늘을 보니 멍청한 달만 덩그레하다.

어리석은 세상...

욕망이 그득한 세상이다.

딸아!

넘 애쓰지 말어라.


터덜터덜

소주 한잔이 간절한 날이다.

내가 더 잘해야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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