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 고마워!

by 길을 걷다가

며칠 전 아이가 3년 넘게 사용해 오던 스마트폰을 교체했다고 전화가 왔다.

아빠 도움을 요청하는 눈치를 몇 차례 보내왔지만 짐짓 모른 체 일관했었다.

무슨 일이든 필요하다면 일단 먼저 스스로 해결해 보라는 의도가 있었다.

그러다 안되면 사정을 보아 도움을 주리라는 심사도 있었다.


생기 있고 상기된 목소리로 이모저모 자랑을 한다. 축하한다고 전했다.

그러더니 대뜸 넷플릭스 3개월 무료이용권을 사은품으로 받았다며 아이디와 함께 비번을 건넨다.

'오메! 이게 웬일이랴?'

사실 넷플릭스가 필요하기도 했었다.

남들과 대화를 할 때 왠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무료한 시간 킬링타임용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을 해오고 있었다. 혹시나 너무 재미에 빠져 시간낭비가 많으면 어쩌나 해서 망설이고 있던 중이었다.


마침 주말이고 해서 토요일 그동안 보지 못했던 화재의 시리즈작 '폭싹 속았수다' '오징어 게임'등을 새벽까지 눈이 빨개져 가며 시청했다. 드디어 나도 딸내미 덕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문화인으로 거듭나게 되었구나.

딸냄이! 고마워.

담에 더 좋은 걸로 부탁해. ㅎ




게으른 독거 할배의 일요일은 번잡스럽다.

쌓인 먼지도, 빨래도, 쓰레기 빈병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조대로

대충 처리하고 숲으로 길을 나선다.


숲 길을 걷는 건 힐링이다.

일주일 쌓인 시름을 녹여 내린다.

비가 오려나?

걷는 내내 몇 방울 감질을 낸다.

한바탕 오려면 와바라.

무섭지 않거든...




keyword
작가의 이전글트레이더의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