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 심청이

by 길을 걷다가

왜 이리 지치지?

특별히 한일도 없는데 몸이 물먹은 솜같이 무겁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는 월요일 오후다.


아침에 아이가 올라갔다.

방학이지만 처리해야 할 교수님 프로젝트 관련 잔일 거리가 많다고 한다.

눈이 떨어지지 않는 녀석을 간신히 깨워 아침으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여 올려 보냈다.

어젯밤 녀석이 아침메뉴로 주문을 했었다.

아빠표 김치볶음밥이 그리웠다고 한다.

맛있게 한 그릇을 싹싹 비우는 녀석의 모습이 흐뭇하다.


어제는 아이와 점심때 만났다.

여행 중 눈앞에서 가물거렸던 단골칼국수 집으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며 향했다.

낭패다!

아무런 이전공지 없이 문이 닫혀 버렸다.

간절했던 바지락만두 칼국수와 겉절이 김치 그리고 콩국수가 허공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여기저기 검색해 보아도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렇게 세상이 변해가는구나 하고 장탄식을 길게 늘이며 제2의 단골집에 들러 대리만족을 했다.

몇 가지 시내 볼일을 마치고

아이 엄마에게 들려 여행복귀 신고를 한다.

항상 그렇지만 갈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해 질 녘 시골길 드라이브 데이트를 했다.

오랜만에 접하는 녹색의 향연에 아이가 즐거워한다.

이런저런 여행 중 에피소드를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살아가는 일상이야기에 공감대를 맞추어 보기도 한다.

아이와는 격의 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가 많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저녁으로 소고기 파티를 하기로 했다.

집에서 편안하게 먹기로 한다. 마트에 들러 넉넉히 고기도 사고 샐러드 재료를 준비한다.

먹고 싶었던 육회는 배달주문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아이에게 요리를 대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빠표 한우 오마카세!

정성을 다해 샐러드를 만들고 고기를 굽는다. 아이는 여행선물을 꺼내든다.

스페인산 군청색 셔츠와 베르사체 향수다.

가족들 선물도 챙겨 온 아이의 정성에 공연히 핀잔을 건넨다.

제대로 먹지도 못한 여행이었을 텐데...

가볍게 음주도 곁들이며 정다운 심야 데이트를 즐겼다.

하루해가 짧은 날이었다.



아이에게 톡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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