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 헤매다

by 길을 걷다가


松下問童子


言師採藥去


只在此山中


雲深不知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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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이렇게 따가운 걸 보니 절기는 확실히 가을로 접어들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가을날 오후를 깊이 심호흡해본다.

바람이 코끝에서 소슬하다.

마음이 가을하늘처럼 청량해진다.

난 개인적으로 가을산하 들녘에 피어있는 들국화를 좋아한다.

소박하면서도 알싸한 향내를 내는 자태가 마치 삶의 질긴 생명력을 지닌 한국여인을 많이 닮은 듯해서이다.

내가 처음 처를 만났을 때 맨 먼저 떠오른 이미지가 들국화였다.

그래서 그녀를 들국화라 부르곤 했었다.


素月님의 時 '山有花'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큼 혼자서 피어있네

…….


소월은 저만큼 혼자서 홀로 피어있는 꽃을 아름다운 문학의 소재로 승화시켰다.

꽃은 그냥 그 자리에서 피어있는데, 바라다보는 인간들은 이미 드러나 있는 존재의 세계를 보지 못하고 각자의 감정이입에 의해 자기의 세계로 은폐시키려 한다. 산속 깊은 곳에 혼자서 피어있는 꽃은 시의 대상도 아니고 철학의 논리적 대상도 아니다.

그것은 다른 무엇이 되고 싶지도 않은 존재의 현전(現前), 즉 자기만족적인 있는 그대로의 세계이다.

우리는 우리 존재의 미혹(迷惑)을 은폐시킨 채로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찾는다'는 것은 '숨어 있음'을 전제로 한 숨바꼭질 놀이이다.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어리석은 동기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아무것에도 가려지지 않은 의식의 눈을 뜨게 될 때, 일체의 존재는 그 존재의 세계를 우리 눈앞에 드러내 보일 것이다. 존재의 실상은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2008. 0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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