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야!

by 길을 걷다가

민서야!

공부하느라 힘들지.

오랜만에 이렇게 서신으로 이름을 불러보는구나.

세월 참 빠르다!

꼬맹이가 이제는 어엿한 숙녀로 성장했으니 말이다.

그동안 어려움 많았겠지만 잘 참고 이겨내 주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2년 전 겨울을 기억하니?

넌 간절한 마음으로 세종국제고 입학을 원했었지.

어려운 준비과정을 거쳐야 했고

눈발을 헤치고 달려와 원서접수를 했고

1차 합격 그리고 초조했던 면접시험

가슴 졸이며 맞이했던 감격스러운 합격소식.

너의 용기 있는 도전이 이루어지는 그해 겨울이었지.

벌써 2년여의 세종국제고의 학창 시절이 지나가고 있구나.

행복하고 보람찬 생활이 이어지고 있으리라 믿고 짐작은 하고 있다.

내년 2021년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시작되는구나.

그동안 나름 잘 준비하고 있겠지?

항시 그래왔듯이 신중한 생각과 그에 걸맞은 용기 있는 도전이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너에겐 소중한 경험이 있지 않니?

함께 고민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자!

이제부터는 체력관리도 실력이다!

체력은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관리가 되어야 하는 그런 거다.

어떻게 관리되어야 함은 스스로 잘 생각하고 연구해 보기 바란다.

마지막 승부의 관건이라 생각한다.

항상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전에 임하는 민서를 응원한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주저 없이 알려주기 바란다.

굴곡은 있지만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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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 내리는 일요일 오전이다.

할 일도 없고 여기저기 뒤적이다 보니 몇 년 전 딸에게 보낸 편지가 발견된다.

감회가 새롭다. 생각은 그때로 돌아가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내의 병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고 한편으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바라보기도 했었다. 점점 병이 깊어지고 정말로 앞이 깜깜했다. 청천벽력!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오직 살리려는 일념으로 전국 유명 대학병원 전문의 들은 다 찾아가 모든 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은 다해본 것 같다. 그래도 사람은 타고난 운명이 있는가 보다. 결국 아내는 5년여의 눈물겨운 투병생활을 마지막으로 2019년 겨울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아이는 기대에 맞게 별다른 걱정 없이 나름 잘 자라주었다. 어쩌면 그건 단순하고 소박한 나의 희망사항이었는지 모른다. 아이가 그 시절 받고 있던 심리적 상황을 무심히 간과하고 난 그저 아내 투병에만 진력을 다했다.

아이는 H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종종 소주잔을 기울이며 속내를 이야기하곤 한다.

언젠가 아이가 담담히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한다. 그때 너무 서운하고 속상했었다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때 느낀 좌절감과 초라한 나 자신... 얼마나 후회스럽고 원망스럽던지...

난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때 미처 내가 널 돌보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너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어쩌면 너에게는 무관심으로 비쳐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간과했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시려온다.

바보 같고 무능한 아빠 같으니라고...

미안하다 딸아!

그럼에도 잘 이겨내 보자.

며칠 전 딸에게 전화가 온다. 이 번 여름방학 때 영국과 독일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저 번 겨울방학 때 아르바이트하면서 모아놓은 돈을 사용할 예정이란다. 그러더니 대뜸 공항이라고 전화가 온다. 출국한다고.

흐뭇하고 대견한 마음이 든다.

그래 잘 크고 있구나.

오늘 딸냄이 귀국하여 집으로 내려온단다.

먹고 싶은 목록도 톡으로 보내온다. 같이 영화도 보고 전시회도 가자며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날씨는 눅눅하지만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은 기대감이다.

딸냄!

건강하게 돌아와서 기쁘다.

잘 살아보자!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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