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
생각이 구름처럼 일어났다
바람처럼 사라진다.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어디서 왔는지
묻지도 않았다.
구름은 잠시 손님처럼 머물다
바람처럼 사라진다.
여전히
하늘은 청정하다.
살다 보면 예고 없이 마음의 지평선 위로 몽글몽글 생각이 피어오를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던진 가시 돋친 말 한마디일 수도 있고, 정체 모를 불안이나 어제 가졌던 작은 후회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대개 그 구름을 붙잡으려 손을 뻗습니다. 왜 왔느냐고 따져 묻거나, 제발 빨리 떠나 달라고 부채질을 하며 소란을 피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각에는 발이 없고 뿌리도 없습니다. 그저 인연에 따라 잠시 모양을 갖추었다가 인연이 다하면 바람에 흩어지는 기류일 뿐입니다. 내가 부른 적 없으니 주인 노릇 할 필요도 없고, 갈 길 가는 손님이니 어디서 왔는지 굳이 통행증을 검사할 이유도 없습니다.
구름이 아무리 검게 하늘을 덮고 거센 비를 뿌려대도, 그 너머의 하늘은 단 한 번도 상처 입은 적이 없습니다. 비구름이 걷히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저 청청한 푸른빛이 우리의 본래 모습입니다.
오늘 내 마음속에 어떤 구름이 머물다 가더라도 너무 마음 쓰지 않기로 합니다. 구름은 그저 풍경의 일부일 뿐, 결코 하늘 자체가 될 수 없으니까요.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을 대하듯 덤덤히 바라봐 줄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안의 고요한 하늘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