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다

by 길을 걷다가

생각이 생각에 머무는 것보다

생각을 적어보는 편이

더 좋다.


생각이 머릿속에만 있을 때는

금세 다른 생각에 덮여

흐려진다.


그러나 적는 순간,

생각은 대상이 된다.

나와 하나였던 것이

종이 위에 놓여

한 발짝 떨어져 보인다.


그래서

복잡한 생각은 적을수록 단순해지고,

막연한 감정은 적을수록 이름을 얻는다.


생각은 머릿속에선 소음이지만

글이 되는 순간

숨을 고른다.


아마 그래서

수행자도, 시인도,

장 앞에 선 트레이더도

결국은

적는다.


생각을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쓰는 일은 기록이 아니라

정신적 퇴고다.

폭풍 같던 것들이

문장이라는 그릇에 담기는 순간

질서를 얻고

고요해진다.


글을 뱉어낼 때

생각은 가벼워지고,

소음은 단어가 되며

나는 비로소

생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1월의 끝자락이네요. 달력이 한 장 넘어가기 직전, 생각도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토요일 오전입니다. 조용히 끄덕이며 지나가는 1월을 배웅하며 2월을 맞을 준비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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