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서야, 힘들지?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려앉는 일요일 저녁구나.
요즘 네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과 네가 짊어진 역할들을 생각하며 몇 자 적어 보낸다.
굳이 진부한 심리학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부득불 몇 자 인용 하려 한다.
우리는 누구나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가지. 가정에서,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혹은 온라인에서 조차...
그 가면들은 때론 차가운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완충제가 되어 주기도 하지. 하지만 가끔은 너무 익숙해져서, 어느 순간 '가면이 진짜 나'라고 착각하게 되는 때가 오곤 한단다. 그렇다고 네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고...
아빠가 걱정하는 건 네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야. 다만, 주객이 전도되어 공연히 너무 애쓰고 있지 않는가 하는 노파심이 앞서기 때문이란다. 페스소나가 너무 두꺼우면 결국 숨이 막히는 건 너 자신일 테니 말이야.
민서야, 젊음이라는 건 무한한 가능성의 여백을 가졌다는 뜻이기도 해. 그 도화지에 무엇을 채울지는 당연히 너의 몫이고 책임이지만, 그 여백을 너무 과도한 페스소나로 빽빽하게 채우려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오전에 이야기한 미국 어학연수 3개월 계획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 아님을 네가 이해하리라 믿어.
정당한 필요성이 있다면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여백이 있다는 건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말이야. 굳이 무언가를 억지로 채우려 애쓰지 않아도, 여백은 스스로 의도를 가지고 고유한 질서를 만들어 간단다.
가끔은 페르소나를 내려놓고 그 여백 속에서 편안히 숨 쉬는 네 모습을 보고 싶구나. 네가 채워나갈 그 여백들이 너만의 아름다운 질서를 찾아가길 마음 다해 응원한다.
두서없이 몇 자 적어 보낸다. 부담 가지 말고 읽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