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 한기가 돈다.
어쩌면 그 한기는
바람이 아니라
내 안의 고까움이 만든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서운함은 작은 불씨인데
쥐고 있으면
손끝이 먼저 타버린다.
고까운 마음을 버려야지,
하고 말해보지만
버림은 늘 생각보다 무겁다.
그래도
한 번쯤은
쥔 손을 슬며시 펴본다.
잔뜩 움츠려 쥐고 있던 것은
날카로운 칼날이 아니라
식어버린 조약돌 하나였음을 알게 된다.
버림이 무거운 이유는
그것이
내 일부라 믿었기 때문이다.
놓아버린 손바닥 위로
비어있는 만큼의 바람이 지나간다.
그 바람은 한기가 아니라
화풍(和風)이 되어
그을린 손끝을 가만히 어루만질 것이다.
비워낸 자리에 들어찬 것은
타인의 위로가 아니라
당신을 용서한 나의 여백이다.
충분히 잘하셨습니다.
그 가벼움이 나를 띄워
더 따듯한 곳으로 데려가 주기를.
우리는 종종 나를 아프게 하는 감정조차 '내 것'이라는 이유로 악착같이 쥐고 있곤 한다. 누군가를 혹은 상황을 미워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은, 그 상대를 용서해서라기보다 불씨를 쥐고 타들어가는 내 손끝을 아껴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바흐의 선율에 젖어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려가고 싶은 날이다. 먼지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