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어

by 길을 걷다가

어젯밤 12시 다 되어서 노모 전화가 걸려온다. 불안한 예감이다.

아니라 다를까 통장 넣어둔 지갑이 없어졌단다.

종종 이런 뜬금없는 전화를 하신다. 치매 초기증상이다.

간신히 안심시켜 드리고 전화를 끊는다.


월말이고 주말이고 마음도 심란하고 해서 술잔을 들었다.

걷기를 하다 보니 주량이 예전만큼 회복된 것 같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ㅎ


아침에 눈을 뜨니

아! 어제 많이 달렸구나 하고 실감한다.

매번 실수를 반복하는 모지리 인생이다.

끊을 수 없는 질긴 악연이다.


몇 가지 밀리일을 정리하고 해장도 할 겸 숲으로 길을 나선다.

오후의 숲길은 후덥지근하다. 날파리와 모기도 성가시게 앞길을 훼방 놓는다.

갑자기 아랫배가 쌀쌀 아파오기 시작한다.

낭패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찢어지는 고통이 전해온다.

땀이 비 오듯 한다. 주독을 빼는 거라 스스로 위안도 해보지만 여전히 하늘은 노랗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고통에 거의 숨이 멎을 것 같다.

어떻게 집에 도착했는지 기억이 없다.

휴~ 산고의 고통이 이런 건가?

볼일 보고 나니 뭔 일 있었냐는 듯 덤덤한 토요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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