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날

by 길을 걷다가

7월의 첫날

희망으로 시작한다고?


오늘은 무엇보다 먼저 노모의 불안감을 씻어드려야 했다.

며칠 전 통장이 없어졌다고 한밤중 소동을 피우시더니 아직도 그 피해의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계시다.

물론 분실신고 먼저 하고 잔고가 안전함을 확인을 해드렸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해하신다.

우선 이곳저곳 있을만한 곳을 샅샅이 찾아보았다.

정말로 행방이 묘연하다.

장롱 깊숙이 넣어 놓고 열쇠는 항상 본인의 허리춤에 간직하고 계시는데...

매일 출근하는 요양보호사 님 이외 다른 사람의 출입이 없었고 하니 공연히 그분을 의심하고 계신 것 같았다.

정황상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라는 것을 누누이 노모께 당부드렸지만 자꾸 의혹의 눈초리가 증폭되는 것 같았다. 치매의 초기증상이다.

빨리 상황을 종식시키는 것은 새로이 통장을 발급받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불편한 거동이시지만 노모를 모시고 간신히 은행 창구에 선다.

은행창구에서 상담 중인 노모

97세 나이에 비해 정정하시다고 창구직원이 놀라워한다. 듣는 내가 기분이 좋다.

새로 발급된 통장을 보여드리고 통장의 잔고를 확인시켜 드리니 그제야 안색이 풀리는 듯하신다.

점심 때도 다 되었고 해서 순두부 백반집으로 모시고 갔다.

며칠 전 고기가 드시고 싶다고 하셨지만 기력이 너무 쇠잔하셔서 혹시나 감당하시지 못할 것 같아 의견을 물어 모신 것이다. 고기는 좀 더 심신이 안정되면 모셔야겠다.


물론 드시는 것이 예전만 못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오붓하게 겸상을 한 점심식사였다.

돌아와 간소하게 주변을 정리해 드린다.

곰살궂게 간직하고 계시는 잔삭다리들을 과감하게 처리한다.

웬일인지 군말이 없으시다.


항상 돌아서는 뒤통수는 시리다.

나서니 뜨거운 7월의 첫 태양이 작렬한다.

그래도 어김없이 등짝이 시린 것은 어쩔 수 없다.

7월의 첫날은 이렇게 흘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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