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낭인시절 책방을 자주 드나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易書와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 시절 곤궁한 내 상황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리라.
오며 가며 흥미를 가지고 서가의 책들을 훔쳐보며 명리학을 독학한 기억이 있다.
사주팔자(년, 월, 일, 시)는 해와 달의 움직임을 역법으로 표현한 여덟 글자다. 동양학적 연역법적 가정 즉 대우주(해, 달)의 운행법칙에 소우주인 인간이 영향을 받고 산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분명 인간들은 물론이고 세상 만물은 해와 달의 운행법칙에 영향을 받고 살고 있다.
할 일 없는 낭인 들이 하는 잡술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공부해 보니 나름 논리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한동안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음풍농월한 시절이었다.
헌데 문제는... 역법으로 표현되는 간지가 과연 무얼 기준으로 만든 것이며 얼마나 정확하게 우주의 운행법칙에 부합하냐이다. 근본적인 문제에 부닥치고 나니 한계가 보였고 더 이상 흥미를 잃어버렸다. 일찍이 구한말 양명학자이셨던 최한기 선생이 '간지 허망론'이라고 하셨고 정약용 선생도 같은 견해를 피력하신 걸로 알고 있다. 요는 사주팔자는 근거 없이 허망하다는 결론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물론 사주 간지의 허망함에 대한 논란은 분명히 있지만,
초기화된 디폴트 값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인생 알고리즘 인생 방정식.
우연하게 부여받은 인생 바코드.
우리의 삶은 이미 커다란 메가트렌드 방향성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정해진 그 길을 작은 날갯짓을 하며 걸어간다.
결코 알 수 없는 카오스 질서의 길...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행복한 산보자가 되고 싶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겠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브라질에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서 토내이도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힘을 갖고 있다.
카오스 한 질서로서 운명은 존재하지만 결코 예측할 수 없고
단지 살아가면서 우리들이 만들어 내는 나비의 작은 변화가 운명의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는 오전 산책길 생각이다.
오랜만에 어둠이 내린 밤거리로 길을 나선다.
도시는 무관심하고 나도 무심히 발걸음을 한다.
선 듯 바람 불어와 시름을 실어 날린다.
사람은 항상 흔적을 남긴다.
산다는 게 그렇다. ㅎ
나에게 좀 더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