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Jan 11. 2023

새해는 이사와 함께 시작합니다.

2023년 1월의 하루


1.1(일)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날부터 이사라는 큰 이벤트가 자리 잡고 있어 힘겹게 눈을 뜨고 샤워를 했다.


마침 1월 1일이 손 없는 날이었고 내가 이사하기 매우 좋은 날이며 또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이라 만감이 교차했다.



작년처럼 새해 일출을 따로 보진 않았지만 새집에 먼저 밥솥을 놓고 오면서 2023년 첫해를 맞이했다.


구름 사이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붉은 해를 보면서 올 한 해를 잘 부탁한다고 속으로 빌기도 했다.



이삿짐을 싸면서 생각보다 많은 짐의 양에 놀라기도 했지만 모든 짐들을 박스와 가방에 잘 포장했고 하마와 이찬이 아침부터 우리 집에 찾아와 이사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아버님이 3.5톤 트럭을 몰고 오셔서 짐을 한 번에 다 싣고 길 건너 새로운 집으로 이동하니 이전보다 훨씬 수월한 이사가 되고 있었다.


중간에 책을 싸맨 끈들이 풀리면서 아버님과 지현이가 고생했지만 지현이가 책을 다시 싸매는 사이 친구들과 이삿짐을 하나하나 엘리베이터로 옮겼고 9시에 시작한 이사를 2시간 만인 11시에 끝내면서 이전 이사들보다 훨씬 빠르고 수월하게 이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이사를 도와준 아버님, 지현이 그리고 하마와 이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사를 도와준 일당으로 하마와 이찬을 데리고 수통골 맛집으로 유명한 감나무집에 가서 누룽지 오리 백숙을 시켜 먹었다.


성인 남자 세명인데도 오리 한 마리와 누룽지 백숙 그리고 해물파전을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러왔다.


이 많은 양을 어떻게 예전에 지현이와 단둘이 다 먹었는지 모르겠다.



새집으로 짐을 막 옮긴 터라 많이 어지러웠지만 창밖에 멋진 뷰를 바라보며 감회가 새로워졌다.


앞으로 새 출발을 시작할 새집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면서도, 기억도 거의 없는 유치원 때 살았던 여수의 5층짜리 아파트 이후로 30년 만에 아파트에 살게 되는 신기함을 느꼈다.


오후엔 짐 정리하느라 온 체력을 다 소진했다.


이전에 원룸과 투룸에 살 때는 짐들을 배치할 계산이 바로바로 세워졌고 짐을 옮기는 데 있어 몇 발자국만 이동하면 됐었다.


그러나 생소한 아파트에서는 짐을 어떻게 둬야 할지 막막했고 무엇보다 짐 하나를 옮기려면 수십 발자국을 이동해야 해서 시간과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다.


짐을 옮기고 방을 닦고 다시 짐을 옮기고 닦는 일을 수차례 반복했지만 아직 한참 남은 짐들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크게 쉬었다.


지현이 가족들과 친척들도 새 보금자리를 찾아 구경을 왔고 나중에 가전과 가구가 다 들어오고 제대로 된 집 구색이 갖춰지면 다시 초대하기로 했다.


정리는 저녁까지 이어졌다.


새 집에서 생활하는 게 처음엔 다소 어색할 수 있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금방 적응해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잘 부탁해.






작가의 이전글 [스낵소설] 얼굴에 점 하나와 노을 아래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