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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an 11. 2023

새해가 되어도 월요일 출근은 언제나 힘들어...

2023년 1월의 어느날.


1.2(월)



4일 휴식과 이사의 노동 이후에 맞이한 월요일 출근길은 온몸이 무거워 중력과 직각인 앞으로 나가기도 힘들었다.


출근 시간은 어떻게 할지 지현이와 고민하다 새해 첫 출근이기도 했고 아직 우리의 이사 피로와 근육통이 존재했기에 6시간 근무만 하기로 하고 다소 어색하며 실감 나지 않는 새해 첫 출근의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냉장고가 도착하지 않아 도시락을 싸 들고 올 수 없어 편의점에서 간단한 점심을 해결하고 점심시간에 아지트 같은 구석 소파에 앉아 2023년 첫 책을 펼쳐들었다.


김진명 -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도박사', '몽유도원', '고구려 등등 책이 나올 때마다 찾아서 읽었던 김진명 작가의 첫 에세이집을 펼쳐들었다.


글은 길지 않았고 수려한 미사여구도 없었지만 담백하게 써 내려가는 김진명 작가의 경험과 생각들이 쉽게 눈에 그려지고 받아들여졌다.


김진명 작가는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남들이 공부할 때 독서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나도 독서를 좋아하고 즐기면서 독서의 좋은 점들을 몸소 느끼고 널리 퍼트리고 싶어 하는 한 사람으로서 독서에 대한 글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사람은 독서를 하는 가운데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인내심이 키워지기 마련이며 자아실현이 되고 있다는 강한 만족감을 얻는다.'


'독서는 세상에 대한 자신감과 스스로의 자존감을 키워주며 자신의 삶과 행위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해주기 때문에 한마디로 내면을 강화하는 최고의 길이다.'

'그 안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와 심지어는 모자람의 기쁨도 누릴 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독서가 가져다준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우리 인간이 가진 고민을 해결해 줄 답은 결국 독서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독서로 인해 나 스스로가 많이 변했었고 성장했기에 독서의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느끼고 있다.


그래서 더욱 독서에 집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내면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


나도 모자람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살아보도록 해야겠다.

이른 퇴근 후 떡볶이와 튀김으로 약간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간식을 해결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름다운 햇살이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는 푸른 하늘과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학하동의 산맥과 건물들이 보였고, 비록 바닥에 놓여있지만 분위기 있는 음률을 뿜어내고 있는 턴테이블은 LP만이 가지고 있는 빈티지한 감성으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이젠 정말 여기가 새로운 집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소파에 앉아 파랑과 주황의 경계 속에 일렁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마치 하늘이 모래사장에 부딪히는 파도가 있는 해변가가 펼쳐진 것 같았다.


노을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느새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온 밤이 되었다.



저녁으로 지현이 집에서 홍어와 부대찌개를 정말 배 터지게 먹었다.


홍어는 수육을 곁들여 삼합으로 먹고 막걸리 한 잔을 걸쳐줘야 제맛이 나지만 홍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맛을 자아냈다.


홍어를 먹을 때마다 거제에 있을 때 김수완 과장님과 먹었던 첫 홍어의 맛과 분위기가 떠오른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어느 평일 홍어 맛집이라고 데려간 허름한 건물에는 우리 밖에 없었고 완전히 푹 삭힌 홍어들과 홍어 애가 듬뿍 들어간 홍어애탕이 놓였다.


홍어의 냄새는 독특하다 못해 코를 찔렀고 늘 처음이라는 설렘과 두려움 속에 수육 위에 초고추장을 듬뿍 바른 홍어와 잘 익은 김치를 올린 삼합을 한입에 넣었을 때 그 특유의 홍어 맛이 수육과 초고추장과 신 김치의 모든 향을 뚫고 코로 나올 때 그 느낌은 잊을 수 없다.


홍어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를 지우기 위해 얼른 막걸리를 입에 가져다 부었고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었다.


그 뒤로 홍어의 참맛을 알게 되었고 홍어를 좋아하게 되었다.



잘 정리된 책들을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이만큼의 책을 읽었다는 것이 한눈에 들어오며 앞으로 나머지 책장을 채울 책들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기도 한다.


2023년엔 정말 55권을 채워봐야겠다.


그러면 저기 남은 책장에 모든 책이 가득 찰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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