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Jan 20. 2023

[1.6]사고는 언제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온다

2023년 1월의 어느날.


1.6(금)


1월 6일은 특별한 날이다.


바로 2009년 내가 입대했던 그날이기 때문이다.


매우 추운 겨울날 포항에서 춘천 102보충대로 가기 위해 대구 작은누나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대구-춘천으로 가는 버스에 엄마와 작은누나와 함께 영영 오지 않았으면 하는 입대 길을 나섰다.


(포항에서 춘천으로 한 번에 가는 교통편이 없다.)


짧게 잘린 머리로 입대하며 손을 흔들었을 때 엄마는 덤덤한 표정으로 얼른 들어가라고 손짓했고 작은누나는 그 옆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그렇게 1년 10개월의 군대 생활이 시작되었다.


당시엔 군대 내부 폭력도 있었고 군기가 강했던 헌병대였기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힘든 것보다 재미있는 일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군대를 한 번 더 갔다 오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금요일 일을 마치고 기분 좋은 퇴근 후 신성동으로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왜 하필 신성동이었을까.


왜 하필 금요일이어야만 했을까.


우리는 왜 조퇴를 1시간 썼을까.


만약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금요일 점심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첫 교통사고가 났다.



내 토스카가 처참하게 부서졌다.


갑자기 달려든 상대방 차가 우리 차 뒷부분을 그대로 들이박았고 쾅! 하는 충격과 소음 속에 차가 90도 틀어져 떨어져 나갔다.


상대방 운전자인 할아버지가 브레이크와 엑셀을 헷갈려 엑셀을 밟았고 그대로 직진해 우리 차를 박았다.


지현이는 괜찮은지, 다치진 않았는지, 내 몸은 어떤지, 차는 어떤지, 보험 처리는 어떻게 할지, 사고 현장은 어떻게 찍어야 할지, 차 수리는 어떻게 할지 등등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사고가 나자마자 차를 세우고 교통사고의 충격을 그대로 흡수한 목덜미를 부여잡고 차 밖으로 나와 바로 동영상을 찍었다.


생생한 현장을 남겨 꼭 100 대 0으로 합의 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차 상태가 처참했다.


뒷문은 박살 났고, 타이어는 찢어져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신성동 파출소 사거리 앞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가 나자마자 경찰들이 뛰어나와 사고 파악과 사태를 정리했다.


심하게 찌그러져 견인되어가는 토스카를 바라보며 가슴이 미어졌다.


차량이 매우 튼튼해서 저 정도로 찌그러진 것이었지 현대 기아 차량이었다면 더 심하게 차가 파손되었을 거라는 위안을 만들어본다.


어딘가에 있을 신을 원망해 보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을 내게 발생하게 했는가.


그리고 13년이나 타고 다닌 토스카가 더 큰 사고를 당하지 않게 미리 작은 사고를 냈다는 긍정 회로도 돌려보고, 주말 포항에 내려가는 일정에 사고를 방지했다는 또 다른 긍정 회로도 돌려보았다.



사고 후 병원에 가야 했지만 배가 고파 점심부터 먹었다.


그리고 대전대 한방병원으로 찾아가 진료를 받고 입원 수속을 했다.


병실이 살짝 노후되었고 6인실이 꽉 차 불편함이 있었지만 이미 입원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지현이와 함께 사고를 돌이켜보며 아쉬움을 달래봤다.


아빠, 엄마, 작은누나, 큰누나, 매형 그리고 아버님과 어머님의 위로를 받으며 정말 현실이 되어버린 교통사고의 슬픔을 달래보았다.



병원 1층의 루돌프를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지현이 덕에 웃는다.



나도 옆에 가서 루돌프처럼 포즈를 취해보라는 지현이의 요청에 진짜 루돌프가 되어 4족 보행하는 디테일을 보여주었다.


내 모습에 매우 즐거워하는 지현이를 보며 많이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현이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원치 않은 일이었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였지만 지현이가 이렇게 사고를 당하게 한 것이 미안했다.






작가의 이전글 언제나 의지는 로그함수처럼 감소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