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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an 31. 2023

[1.12] 소중한 것은 언제나 멀어져야 알게되지

2023년 1월 어느 날.


1.12(목)



목요일은 정말 힘들게 수영하는 날이다.


남들은 오리발을 끼고 빠르게 수영해서 앞으로 나아가지만 허리 때문에 오리발을 끼지 않는 나는 그 뒤에서 오리발 속도를 따라가느라 정말 팔과 다리를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숨이 차고 아직 열이 식지 않은 채로 특유의 시그니처인 한 겨울에 반팔을 자랑하며 출근을 해서 일을 시작했다.


어제 계산으로는 분명 1개의 구성 대비와 4개의 보고서를 더 작성해야 했고, 구성 대비를 먼저 하기 위해 엑셀 파일을 여는 순간 이미 다 되어있는 구성대비를 보면서 일이 줄었다는 생각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한층 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모든 납품을 끝내놓고 고생했던 나 자신에게 휴식을 선사하고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일이면 한 달의 병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이기영을 위해 사무실에 작은 선물로 레드 카펫과 복귀 축하 이벤트를 만들었다.




파워포인트로 하나하나 꾸민 축하 이벤트 종이를 붙이며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 한숨 쉬며 인상을 찌푸리는 이기영의 스트레스받는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퇴근 후엔 곧 폐차가 될 오래된 친구인 토스카에 남아있는 나머지 짐들을 찾으러 갔다.


정들었던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은 너무 아쉬웠고 생각보다 더 움푹 들어간 차체의 모습을 보면서 그날 사고의 심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저녁을 지현이와 열심히 고민하다 한 번 가고 다시는 가지 않을 죽동의 돼지 두루치기 집에 갔다.


두루치기를 생각했지만 거의 김치찌개 느낌 있고 기대와 너무 다르고 평범한 맛에 그냥 배만 채웠다.



지현이를 기다리며 투썸에 앉아 2023 계획을 드디어 세웠다.


거창하진 않지만, 매번 비슷하지만 결혼이라는 큰 인생의 변곡점이 추가된 신년 계획을 세우면서 다시 한번 작년보다 더 나은 한 해를 보내기로 다짐을 세웠다.



오늘 날씨가 전국적으로 너무 따뜻해 마치 봄이 온 것 같았는데 포항도 매우 따뜻했다고 한다.


그래서 밤에 엄마와 작은누나가 철길 숲을 산책 나갔고 토끼 의자에 앉아 해맑게 웃는 엄마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엄마 아빠와 가족들 생각을 예전보다 더 하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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