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Feb 02. 2023

나사가 하나쯤 빠진듯한 월요일이다.(1.16)

2023년 1월의 어느 날.


1.16(월)



나사가 하나쯤 빠진듯한 월요일이다.


약간의 번아웃이 찾아왔는지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고 머리에선 얼른 일을 해야 한다고 아우성쳤지만 눈과 손은 파업을 해버렸다.


그래서 짧고 쉬운 보상인 웹툰과 휴대폰 탐방에 빠져들었고 내일의 나에게 또 한 번 책임을 넘겨주었다.



점심으로는 기영이 병가 복귀 기념으로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 앞 가남지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항상 양지 쌀국수만 먹었었는데 다른 맛을 느껴보고자 돈가스 쌀국수를 시켰고 나름 나쁘지 않았다.


북적대는 사람들 속에 정신이 없었고 오고 가는 대화는 쌀국수의 면발처럼 뚝뚝 끊어졌다.


밥을 먹고 카페를 가는 것은 이제 우리나라 국룰이 되었는지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투썸으로 향했고 향긋한 티(tea)를 한 잔 시키고서는 서로의 근황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무도 짧은 점심시간은 어느새 끝나버렸고 그 아쉬움 때문인지 자리에 앉아서도 웹툰을 감상했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빼곡히 둘러싼 일정에 치일 예정인 이번 주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봤다.


당장 오늘인 월요일부터 집에 도착하면 잘 시간이었고 화, 수, 목, 금은 두말할 것도 없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게 일정들이 꽉 차있었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랐고 그 헤맴 속에 정신은 미로 속에 갇힌 듯했다.


그래서 해야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넋 놓고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어졌다.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내게 닥쳐오면 아무것도 못하고 궁지에 몰리는 것이 나인가 보다.



이른 퇴근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으러 갔다.


나와 지현이는 봄 웜(spring warm)으로 같았고, 선영 연주는 여름 쿨(summer cool)로 신기하게 같았다.


우리에게 어울리는 톤(tone)은 채도가 낮은 파스텔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스튜디오 사진에서 가장 잘 나왔다고 생각했던 화이트, 블랙 배경도 아닌 바로 베이지 배경이었다는 것이 손쉽게 받아들여졌다.


신기한 색상 체험은 조금 더 나를 알게 되는데 도움이 되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서는 집으로 돌아와 택배로 도착한 LP 선반 조립을 시작했다.


설명서가 나와있지 않았지만 특유의 손재주로 아주 깔끔하게 조립을 완성시켰고, 그동안 차가운 바닥에서 홀로 노래를 뿜어내던 LP 플레이어는 드디어 바닥을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다.


지현이가 생일에 선물해 준 LP 플레이어(턴테이블)은 정말 마음에 든다.


LP 가격이 만만치 않아 아직 LP가 많지는 않지만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하나하나 모아보려고 한다.



라라랜드의 선율이 온 집안에 맺혀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한 주의 마무리인 일요일 그늘 앞에서(1.1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