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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Feb 16. 2023

서른 여섯에 받는 새뱃돈은 언제나 즐거워.

2023년 1월의 어느 날.

1.22(일)



설날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으로 떡국을 먹고 갈 준비를 했다.


아침부터 아빠가 갤럭시 워치가 사라졌다며 찾겠다고 소란 소란을 피웠고 한참을 뒤져도 못 찾았지만 엄마가 단숨에 워치를 찾아버렸다.


집에 가면 폰으로 워치 찾는 기능과, 워치로 폰을 찾는 기능을 설명해 줘야겠다고 나는 눈을 감고 누워서 혼자 생각했다.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은 외할머니 댁의 전경은 이곳이 시골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제는 다 무너져내려가는 창고는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어린 시절 창고의 경운기를 타보기도 하고 그 옆에 푸세식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기도 했던 추억이 문득 떠오르는 것은 이젠 추억을 먹고 사는 나이가 되어서 일까.



그리고 이전엔 사랑방이었지만 이젠 그 흔적도 볼 수 없고 곧 무너질 것 같은 사랑방이었던 것을 보며 추억의 장소가 없어져 내 추억마저 곧 사라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릴 적 놀이터였던 사랑방에서 뛰어놀고 장난쳤었는데 폭삭 기울어진 벽면을 보며 그냥 이유 없이 슬퍼졌다.



36살인데 외할머니와 큰 외삼촌에게 세뱃돈을 받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세뱃돈 받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포항으로 출발하기 전 외할아버지 산소에 왔다.


외할아버지가 살아생전에 풍수지리를 고려하여 직접 묫자리를 선택했다고 한다.


엄마의 말로는 외할아버지가 풍수지리와 사주 같은 공부를 하셨다고 한다.


아빠와 외삼촌 간의 풍수지리와 산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얼른 내려왔다.


그리고 포항으로 출발하기 위해 엄마와 외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엄마의 간다는 인사에 외할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맺혔다.


포항과 산청과의 거리는 실제 거리와는 다르게 심적으로 너무나 멀어 다시 올 날을 기약할 수 없기에 이젠 너무도 늙어버린 외할머니와 멀미가 심해 오래 차를 타기 힘든 엄마는 서로를 만지며 그렇게 한참을 바라봤다.


포항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대구-포항 고속도로 입구에서 차가 막혀 1시간이나 걸렸고 힘겹게 힘겹게 포항에 도착했다.


4시간 운전에 녹초가 된 나는 짐을 풀자마자 따뜻하게 전기장판을 켜놓고 잠에 들었다.



저녁엔 큰누나 식구가 설날을 함께 보내기 위해 우리 집에 왔다.


오자마자 이모와 삼촌을 부르며 해맑게 웃는 준후와 이젠 중학생이라 그런지 이전 같은 귀여움이 살짝 사라진 지후와 인사를 하고 저녁을 먹을 준비를 했다.


어머님이 갑자기 서프라이즈로 선물해 주신 고기와 온 가족이 맛있다고 극찬한 버섯을 곁들이고 큰누나가 더 사 온 갈빗살을 곁들여 고기 파티를 성대하게 열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설날의 북적북적함을 느끼며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 시작된 닌텐도 스포츠 타임.


한 손에 닌텐도 조이패드를 들고 모션인식으로 진행되는 배구, 배드민턴, 테니스, 볼링, 골프를 온 가족이 함께 즐겼다.


계속 놀자는 준후와 축구 게임도 하고 작은누나의 동물의 숲 홀릭도 봤다.


내일 다시 놀기를 기약하고 큰누나네가 돌아가자 시끌벅적했던 집이 매우 조용해지며 안정을 찾았다.


동물의 숲을 매우 열심히 즐기는 작은누나 옆에서 축구 게임을 하며 동물의 숲 이것저것을 물어보며 평온한 마무리를 장식했다.



하루 만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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