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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Feb 16. 2023

추석에 놀러오는 토끼는 설날에도 찾아왔네.

2023년 1월의 어느 날.

1.23(월)


새벽에 거실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일찍 일어난 엄마가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이 좋은지 자고 있는 내 위에 올라와 몸으로 누르고, 따뜻하게 데운 한약을 내 목에 갖다 대는 등 잘 자고 있는 나를 계속 깨웠다.


방안에 들어가 자라고 계속 날 깨웠는데 나는 한창 잘 자고 있었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싫어서 계속 싫다고 그냥 잘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엄마의 파상공세에 결국 새벽에 일어나 방안에 들어가 다시 잠을 청했다.


그렇게 푹 자다가 9시가 넘어 개운하게 일어났다.


엄마가 해준 아침을 먹고(10시에 밥을 먹어서 이것이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앉아 여유를 부렸다.


12시쯤에 다시 밥을 먹고 씻고 나오니 큰누나가 다시 집으로 왔다.


후와 준후는 얼른 놀자고 보챘고 우리는 함께 게임을 했다.



큰누나는 시댁 가서도 전을 안 부쳤는데 집에 와서 전을 부치고 있다며 투덜거리면서도 엄마와 함께 고구마 전을 열심히 만들었다.


아빠는 세차를 했고 우리는 따뜻하게 만들어진 고구마 전을 먹으며 열심히 놀았다.


작은누나, 지후, 준후와 닌텐도 스포츠 승점제 게임을 하며 닌텐도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그리고 준후가 좋아하는 '몸으로 말해요'를 같이 하면서 집이 떠나가라 웃으며 놀았다.



한동안 정신이 없어 어머님이 몰래 주신 이불을 다 함께 구경했다.


(원래는 이불 서로 하지 않기로 이야기했는데 어머님이 꼭 해주고 싶다고 하셔서 몰래 해주셨다.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온 가족이 함께 집 앞 철길에 있는 이비가 짬뽕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대전에서 많이 먹었던 이비가를 포항까지 와서야 먹다니... 원조 이비가가 유성에 있어서 많이 갔는데 포항까지 와서 먹어야 하다니 아이러니했다.


역시 이비가는 짬뽕보다는 짜장이 더 맛있다.


많이 못 먹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이가 다시 아파진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날이 많이 춥지 않았고 온 가족이 철길 숲을 걸었다.


계묘년이라고 철길에는 토끼들이 있었다.



오랜만에 다섯 식구가 모여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다들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보니 이렇게 다섯 식구가 모여 사진을 찍기도 매우 어려워졌다.


아빠는 결혼식 때 식구들끼리 모여서 사진을 찍자고 이야기했고 초등학교 때 찍은 가족사진 말고는 변변치 않은 가족사진이 없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이전에 가족사진을 찍자고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고 더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다섯 식구의 가족사진을 한 장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토끼들 위에서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스타벅스로 향했다.


역시나 엄마는 비싼 카페에 왜 가냐면서 투덜댔고 우리는 엄마 보고 제발 그런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했다.


지현이 와도 이야기를 해야 했고 가족하고도 이야기를 해야 했고 정신없는 저녁을 보냈다.


이젠 갈 시간이 되어 큰누나가 가려고 하는데 준후가 이모, 삼촌 보고 함께 가자고 내일도 놀자며 떼를 쓰다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준후야 다음에 가면 더 많이 놀아줄게.


자기 전에 지현이와 오랜 시간 통화를 했다.



얼른 대전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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