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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Feb 17. 2023

추위는 우리를 움츠리게 하지만 따뜻함은 마음속에 피었다

2023년 1월의 어느 날.


1.25(수)



설 연휴 동안 수영을 하루도 못했다가 오랜만에 수영을 하려니 물감이 매우 어색했다.


스트로크 한 팔 한 팔이 쇳덩이처럼 무겁게만 느껴졌고 금세 광배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유난히 힘든 수영을 마치고 출근했다.


연휴가 끝나고 난 후의 출근은 매우 일할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었지만 그 상실감도 잠시일 뿐 당장 이번 주 금요일까지 납품해야 할 건이 4건이 되었다.


평소 일하는 속도로 생각해 봤을 땐 2일이면 다 끝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섰지만 인생에 있어 예상이라는 것은 항상 빗겨난 화살처럼 내달렸기에 계획대로 일이 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그래서 최대한 열심히 일을 하려고 했다.


작년만 해도 점심시간엔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었다.


올해도 당연히 주에 한 권씩 읽어 1년에 55권을 읽는 신년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교통사고 이후 바빠진 일정에 온 기력이 빠져버려 점심시간에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매우 근거 없는 변명이지만 그래서 책을 읽지 않고 있다.


책은 다음 주부터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해 볼 것이다.


퇴근만 기다리다 드디어 퇴근을 했다.



집에서 가져온 엄마표 반찬과 함께 새 밥솥으로 첫 밥을 해먹었다.


작은누나가 대학생 때 자취하면서 쓰던 매우 낡은 15년 된 밥솥과 이제 이별을 고하고 신상 쿠쿠 밥솥으로 밥을 지었다.


역시 좋은 밥솥에 밥을 해먹으니 밥맛이 살아있다.


어제저녁과 달라진 반찬은 없었지만 맛있는 음식이 질리지 않듯 맛있는 반찬은 질리지 않았다.


밥을 먹고 집 정리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자기 계발을 할 원대한 계획을 세웠었지만 배가 부르자마자 그 계획은 위산과 함께 녹아내렸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이게 바로 직장인이 가진 퇴근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한다.


월급쟁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퇴근을 하는 순간 온 기력이 빠지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됨으로써 아무것도 아닌 하루가 만들어진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가 이야기했듯 우리가 가진 체력은 신체적 체력 + 정신적 체력이라고 했고, 신체적 체력은 별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일하면서 정신적 체력을 많이 소모했기에 집에 와서는 녹초가 되곤 한다.


체력이 있어야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다고 해서 매일 아침 수영을 꾸준히 하긴 하지만 그놈의 체력은 도대체 언제 길러지는지 모르겠다.


매우 기나긴 변명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었다.


닳아 없어진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는 긍정 회로를 억지로 돌려본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설 연휴의 잔재를 치우는 날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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