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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Feb 17. 2023

아직 일요일이라는 휴일이 더 남은 토요일 하루

2023년 1월의 어느 날.


1.28(토)



주말에 누워있는 침대는 마약과도 같아서 침대에 취해 언제나 계획된 시간에 일어나기보다 더 늦은 시간에 몸을 일으키곤 한다.


그래서 예정보다 1시간이 늦은 채로 수영장에 들어갔다.


내 훈련 스케줄에 맞춰 지현이와 함께 수영했는데 힘들어하면서도 끝까지 따라오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착실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을 마치고서는 탄방동으로 넘어갔다.


날이 매우 추웠고 우리가 가기로 한 식당은 인기가 많은 곳이었는지 대기를 해야 했다.


다행히 우리 대기 순번은 1번이었고 자리가 나기까지 약 20~30분 걸리니 연락을 주겠다는 직원의 말에 차 안에서 히터를 틀어놓고 몸을 녹이며 얼른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


지현이는 10분이 지나자 왜 아직도 연락이 없냐며 투덜거렸고 나는 연락을 준다고 하고 아직 10분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아기 달래듯 달래보았다.


15분이 지나자 지현이는 다시 한 번 투덜거렸고 나는 또 한번 달랬다.


20분이 지났고, 25분이 지났고 역시나 지현이가 아직 자리가 안 났냐며 가게로 전화해 본다는 것을 말리다 30분이 지나서야 전화하는 걸 동의했다.


지현이가 전화를 하자마자 마침 자리가 났다고 해서 얼른 약속 장소인 탄방동 '헤이스팅스' 식당으로 향했다.



북적대는 사람들과 감성적인 소품을 사진 찍었다.


LP판들이 놓여 있었고 햇살이 아름답게 가게 안을 비추고 있었다.


곧이어 태은이형과 미정이도 가게 내부로 들어왔고 우리는 인사를 나누며 지현이가 준비한 선물을 건네주었다.


선물은 주는 사람에게는 뿌듯함을 받는 사람에게는 고마움을 선사해 준다.


좋은 소식으로 꽉꽉 채워질 이야기의 꽃봉오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스테이크를 비롯해 바질 파스타와 리조또 그리고 샐러드까지 푸짐한 점심 한 상이 차려졌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편하게 만나서 대화를 나눌 이런 커플 모임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지현이 덕분에 나도 좋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밥을 다 먹고서는 근처 카페에 들러 커피와 함께 디저트를 먹으며 식당에서 마저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어나갔다.


이미 결혼한 부부의 모습을 보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결혼 생활이 기대되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어느새 시간은 4시가 훌쩍 지나있었고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우리 결혼식 때 보기로 하며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연주가 치킨을 먹자는 제안에 피자도 함께 곁들이기로 했고 치킨집이 문을 닫아 치킨 대신 깐풍기로 대체하며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피자와 함께 저녁을 든든하게 해결하며 오늘 있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유럽 신혼여행 일정을 더욱 구체적으로 세워봤다.


'J'인 나는 액셀에 날짜와 시간대별로 파리 & 이탈리아에서 할 일들을 정리해나가며 상세 일정을 논의했다.


파리에서는 매우 할 게 많았고 4박 5일의 기간도 매우 짧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빡빡한 일정에 여유시간이 없을까 봐 걱정하기도 했지만 여행이라는 것은 언제나 변하고 변하기에 파리에서의 일정이 변하더라도 실망하거나 짜증 내지 않기로 지현이와 약속하며 일정을 세웠다.


파리, 베네치아, 피렌체 그리고 로마에서의 일정이 대략적으로 세워지자 이젠 정말 내가 지현이와 유럽에 간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언제나 유럽에 가고 싶었지만 못 갔던 그곳에 가서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었던 미술품들을 볼 생각을 하니 설레었다.


이제 약 한 달 남은 기간 동안 유튜브와 사람들 여행 후기를 살펴보며 맛집과 여행 팁들을 찾아봐야겠다.


오늘 하루 일요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토요일인 기분 좋은 토요일 저녁을 마무리했다.



내일 일요일 하루의 휴일이 더 남았다는 생각에 행복감을 느끼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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