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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Feb 17. 2023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믿기 싫은 현실 속에서 보낸 하루

2023년 1월의 어느 날.


1.29(일)



아침 수영을 내가 정한 훈련 프로그램에 맞춰 지현이와 함께 자유형, 배영, 접영을 했다.


훈련 프로그램에 매우 흡족해하는 지현이를 보며 함께하는 취미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동탄에 친구와 약속이 있는 지현이를 대전역에 데려다주었다.



SRT 타는 것까지 배웅해 주겠다고 했는데 추운 겨울에 기다리는 게 미안한지 계속 가도 된다는 지현이 말을 듣지 않고 기다렸다가 끝내 배웅을 해주고 돌아섰다.


이렇게 배웅해 주면 매우 좋아할 것을 지현이는 굳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잘 하곤 한다.


하지만 이미 지현이를 다 파악했기에 나에겐 소용없기도 하다.



지현이가 대전역에서 수원 동탄까지 가는 길 보다 더 시간이 오래 걸려 집에 도착해 어제부터 먹고 싶었던 라면을 끓여 먹었다.


다이어터로서 양심을 챙기기 위해 칼로리가 낮고 튀기지 않은 신라면 건면과 함께 버섯들로 채운 라면을 끓였는데 실수로 고춧가루가 너무 많이 들어가 버려서 살짝 매워 아쉬운 라면이 완성되었다.


다음에 라면 먹을 땐 더 맛있게 라면을 끓여 먹기를 다짐하면서 쇼파에 앉고 쇼파에 누워 웹툰을 보다 잠이 들었다.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지만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쇼파에서 일어나기 너무 힘들었고 10분만 더를 외치다 계획보다 늦은 시간에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불찰로 챙겨드리지 못했던 설 선물을 뒤늦게 드리기 위해 노은 농수산물 시장에 들렀다.


매일같이 엄마가 선물 사 갔냐고 물어봤고 오늘 지현이 집에 가면서 지현이가 없을 때 몰래 선물을 사면서 드리면 딱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살까 농수산물 시장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천혜향과 지현이가 좋아하고 지현이 집에서 좋아하는 땅콩을 사기 위해 한참을 헤매기도 했다.


수산물 중에서 뭘 사면 좋을지 엄마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엄마는 자기는 전복이 제일 좋다며 전복밖에 모른다며 전복 사랑을 이야기했다.


도중에 아빠에게 전화 와서 청첩장 확대 문제와 글씨 크기 문제와 여러 이야기들을 했는데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아빠의 말에 답답한 마음이 들어 나도 모르게 강하게 이야기해버렸다.


천혜향과 전복과 땅콩을 한가득 싣고 한복 변경을 위해 출발하려다 엄마와 잠시 통화를 했다.



엄마는 동창하고 오랜만에 긴 통화를 했다고 하면서 동창이 아빠 큰집 딸인데 아빠의 큰아버지가 시매 이모를 보고 이 집 사람이 참 참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게 찾아가 엄마와 아빠를 결혼시키자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날을 받았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엄마와 아빠의 결혼이 성사되었다.


그리고 아빠 엄마만 아들이 없어 할아버지가 아들 이야기를 엄마에게 했었고 그리고 그 다음 해 내가 태어난 것이라는 탄생 비화도 들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엄마 사이에 오간 양말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었다.



엄마의 신이 난 이야기를 듣고 한복 집에서 한복을 바꾸고 대전역으로 오고 있는 지현이를 데리러 갔다.


살짝 뾰로통해져 있는 지현이는 내가 사 온 땅콩을 보자마자 금세 해바라기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고 집으로 오는 내내 땅콩을 다람쥐처럼 열심히 먹었다.




그렇게 선물해드린 전복으로 지현이 집에서 전복 한상차림을 보답 받았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전복숙회와 전복죽 그리고 떡만둣국을 배불리 먹고 후식으로 천혜향까지 먹으면서 배가 불러 더 이상 못 먹을 정도로 음식들을 입속에 넣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인상을 쓰는 지현이 구경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이 다시 월요일이라 출근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지만 언제나 시계는 강물처럼 흘러가기에 이내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잠들기 전 언제나처럼 내일은 좀 더 나은 하루를 보내겠다는 다짐을 한 후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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