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Feb 05. 2024

나름의 자기합리화로 애써 마음을 종이접기 하듯 접어본다

(1.13)


2024년 1월 13일 토요일



드디어 라식 수술 후 첫 샤워를 했다.


샴푸와 린스가 어느 통에 들었는지 안경을 쓰지 않고서도 잘 보이는 두 눈이 신기했다.


놀러 갈 때마다 안경을 쓰고 샴푸와 린스를 확인한 후 다시 안경을 벗고 샤워를 했다.


가끔은 헷갈려서 바디워시가 샴푸인 줄 알고 바디 워시로 머리를 감은 적도 있었다.


이제 그럴 걱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더 이상 면도도 감이 아닌 거울을 보며 구석구석 꼼꼼히 할 수 있다.


라식의 효능을 몸소 체감 중이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과 똑같이 풍경을 두 눈으로 보면서 간단한 아침을 먹었다.


날이 매우 좋아 보이는 아침이다.


창문에 붙여진 풍선은 1년째 바람이 빠지지 않은 채 잘 붙어있다.


이사 갈 때까지 얼마나 잘 버티는지 지켜볼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심심한 우리와 심심한 연주가 모여 카페 나들이를 나섰다.


호주 유명한 제빵 대학교를 졸업한 사장님이 직접 만드는 맛있는 케이크가 있는 여기는 학하동 '시오루'다.


1인 1음료이지만 음료 대신 케이크를 하나 더 먹고 싶다며 3인 2음료 2케이크를 주문했다.


시오루 카페 케이크는 물리지 않고 정말 맛이 있는 케이크다.


두 조각의 케이크는 게 눈 감추듯 사라져버렸다.


책을 읽거나 다이어리를 쓰려고 카페에 갔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수다만 하다 나왔다.


날이 갈수록 써야 할 글들이 아기 돼지 삼 형제 막내가 지은 벽돌집의 벽돌처럼 쌓여만 가고 있다.



저녁을 먹고 찌뿌둥한 몸을 달래러 지현이와 집 앞 수통골 하천 길에서 산책을 했다.


바람이 꽤 불었지만 춥다고 느끼기 보다 왠지 모를 상쾌함이 느껴졌다.


아직 허리 디스크 방사통 때문에 오래 걷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걸으면서 코어 근육과 기타 근육을 발전시켜놔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겨울에 메말라버린 갈대 사이로 보이는 다리 풍경을 찍어보았다.


머릿속에선 사진작가의 감성과 구도가 떠올랐지만 막상 사진의 결과물은 평범해 보였다.


인스타 사진 계정들에서 멋들어진 사진들을 많이 봤었는데 따라 하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년에 추가 건을 치며 꽤 짭짤한 수입이 있었기에 남은 돈으로 필름 카메라가 사고 싶어졌다.


하지만 쓸만한 필름 카메라도 50만 원 정도 하고, 필름값에 현상비까지 고려하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적잖이 망설여지는 중이다.


이렇게 망설여진다는 것은 아직 그렇게까지 원하지 않고 있는 것이겠지.



나름의 자기합리화로 애써 마음을 종이접기 하듯 접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소를 잃어보고 나서야 소가 귀한 줄 알게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