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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Feb 14. 2024

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잘조잘 새처럼 지저귀었다

1.17


2024년 1월 17일 수요일





"오늘은 점심에 밖에 나가고 싶은 느낌이야."


가끔 지현이는 카페에 가고 싶으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각자 얼른 점심을 먹고서 회사 밖으로 나선다.


투썸과 이디야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다 디저트가 더 맛있는 투썸으로 향했다.


베네치아에서 먹었던 인생 티라미수를 떠올리며 디저트로 티라미수를 추가하고 함께 마실 커피 하나를 주문했다.


읽을 책들을 가져갔지만 책은 하나도 읽지 않고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대화만 하고 나왔다.


분명 앉은지 10분 밖에 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어느새 40분이 지나있었다.


지현이와 함께한 마법 같은 시간 흐름이었다.


회사로 돌아가는 슬픈 길 위에서 지현이는 데이트를 한 것 같다며 매우 흡족해 보였다.


쉬지 않고 대화를 했는데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부부의 대화와 서로의 의견 그리고 회사에서 주워들은 이것저것을 이야기했겠지.


나도 덩달아 흐뭇해져 이런 시간을 종종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약속이 있는 지현이를 보내고 홀로 라면을 끓여먹고 소파에 앉았다.


하릴없이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꾸다 볼 게 없어 그냥 신서유기를 틀었다.


하하호호


TV 속에선 사람들이 재밌게 웃고 있었고 나는 멍하니 초점 흐린 눈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순간 지금 내 모습이 3차원 시점으로 떠오르며 내 모습이 엄청 한심해 보였다.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 티비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래서 TV를 바보상자라고 하는가 보다.


얼른 TV를 끄고 책을 골라 펼쳐들었다.


이런 기분엔 쉽게 집중할 수 있고 재미있는 소설이 제격이기에 지현이가 읽고 재밌다던 <스토너> 책을 골랐다.


책을 손에 들고 3분 동안은 집중할 수 없었지만 조금만 참다 보니 이내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 한 시간 동안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내가 모르는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다.


책을 통해 1920년으로 들어갔고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미국 대학교 상황을 볼 수 있었다.


도어록 소리가 들리며 지현이가 집으로 돌아왔다.


어색했던 혼자만의 시간이 끝이 났고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처럼 현관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지현이를 맞이했다.


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잘조잘 새처럼 지저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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