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Feb 28. 2024

'좋았다. 먹었다. 맛있다. 했다.'

1.26


2024년 1월 26일 금요일



날이 좋아서 걸었다.


허리가 괜찮아져 걸을 수 있음에 마음이 들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가장 기본적인 걷기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걷고 걸어서 숨인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언제나 우릴 반갑게 맞아주시는 사장님이 웃으며 인사한다.


숨인 스페셜 음료인 청귤 에이드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여긴 그 어떤 카페들보다 아늑함을 가져다주는 장소이다.


청귤 에이드 한 모금을 마시고 곧 다가올 일본 여행 숙소를 찾아보았다.


오사카-교토-오사카로 이어지는 7박 8일의 일정을 정리하고 벚꽃 시즌이라 한층 높아진 숙소 가격에 화들짝 놀라버렸다.


가격과 시설 그 사이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신중히 숙소를 골랐다.


아직 머릿속에 오사카와 교토 지도가 그려지지 않아 막연한 두려움이 잔재하고 있는 일본 여행이다.


가야 할 곳과 가고 싶은 곳과 어떻게 가는지와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하나하나 정리를 해보며 온라인 여행 답사를 한 번 해봐야겠다.



오늘은 '좋았다. 먹었다. 맛있다. 했다.' 같은 단순 일기가 되고 있다.


이왕 이렇게 시작한 거 한 번 더 단순 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유부초밥과 오리훈제를 곁들여 지현이와 오랜만에 위스키를 마셨다.


한때 위스키에 푹 빠져 시도 때도 없이 마시곤 했는데 연말 이후 처음 마시는 위스키다.


조니워커 블루라벨이 남아있지만 마시기 아까워 데일리 위스키로 마시고 있는 싱글톤을 꺼내 들었다.


일본에 가면 위스키 4병을 사 와야지.


기승전결 없는 의식의 흐름이다.




'책은 물이고요. 영화는 술이에요.'


이동진 평론가의 말에 감명받았지만 요즘은 물도 술도 마시지 않고 있다.


그러다 저녁에 진짜 술과 함께 인생의 술인 영화를 함께 마셔보기로 했다.


마침 보고 싶었던 영화인 '비공식작전'이 OTT에 있었고 지현이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재생을 눌렀다.


숨 막히는 진행과 넘치는 애드리브에 우리는 영화 속으로 푹 빠져들어갔다.


쫄깃한 거래 장면과 추격신에서 지현이는 연신 소리를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덩달아 나도 함께 놀라며 4D처럼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가 마지막에 다다르고 나서야 감동의 물결에 잠시 가슴이 저려오기도 했다.


거기다 실화라니... 이건 몰입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 모르겠다.


지현이와 둘이서 너무 재밌다고 생각하며 극장에서 보지 않은 것을 살짝 미안하게 생각했다.


지켜지지 않을 주에 영화 하나씩 보자는 약속을 하고 이후 영화는 단 한편도 보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도로 위에 산이 떠오르고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