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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Feb 22. 2024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도로 위에 산이 떠오르고 있었다.

1.25


2024년 1월 25일 목요일



직장인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빠른 퇴근이다.


오늘 나는 그 선물을 받았다.



카페는 내 오랜 친구였다.


'카이로스' 카페는 대학생 때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갔던 단골 카페였다.


시험 기간엔 공부를 하러 갔고 시험이 아닌 날엔 책을 읽으러 갔다.


카페는 내게 아늑함을 가져다주었다.


새로운 카페를 가는 건 우리의 오랜 데이트 코스 중 하나였다.


카페 유목민이 되었다 지금은 몇 군대 단골 카페를 만들어(숨인과 노이브로트) 이젠 가던 카페만 찾는 정착민이 되었다.


그러던 중 집 근처에 '레포레스트'라는 신상 감성 카페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 기회에 찾아가게 되었다.


창 하나 없는 붉은 외벽 속 입구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은 마치 쥐구멍 판타지 세상으로 우릴 초대하는 것 같았다.



서로 각자 다른 음료를 주문하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자리에서 이야기와 함께 각자 할 일들을 했다.


나는 밀린 다이어리를 적었고 지현이는 요즘 푹 빠진 '기사단장 이야기' 책을 읽었고 연주는 한국사 시험공부를 했다.


살짝 달달한 디저트가 생각났지만 케이크 재고가 없어 먹지 못함이 살짝 아쉬웠다.


괜찮은 카페였다.


하지만 또 올지는 모르겠다.


2%의 아늑함이 부족한가 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도로 위에 산이 떠오르고 있었다.


강호동이 신서유기에서 '산은 아빠 산이 있고, 엄마 산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이건 학계의 정설은 아니고 강호동의 말일뿐이다.


산 중에서도 아빠처럼 듬직한 산이 있고 엄마처럼 부드러운 산이 있다는 말인데 내 눈앞에 저 산은 아빠 산일까? 엄마 산일까?


아빠라고 하기도 엄마라고 하기도 애매한 산이라 나는 그냥 형 산이라고 부르고 싶다.


거대하지도 아늑하지도 않지만 나름의 존재감과 건물들 사이에서 우직함을 보이고 있어 저건 형 산이다.


그나저나 신서유기가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볼 만한 예능이 없는 요즘 신서유기같이 원초적인 웃음을 선사하는 예능이 그립다.


카페에서부터 산 그리고 신서유기로 이어지는 의식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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