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2024년 1월 27일 토요일
오늘의 리빙센스
'테니스가 치고 싶으면 치러 가면 된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서 충대로 향했다.
지현이가 아직 반깁스를 하고 있기에 역시나 혼자 쳐야 한다.
눈부신 햇살에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을 가려주는 선글라스를 눈썹 위에 올렸다.
지현이가 나는 그릿(GRIT)이 있다고 했다.
특히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것은 경주마처럼 그것만 생각하고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수영에 꽂혀서 지난 몇 년간은 수영만 죽어라 했었고, 지금은 테니스에 꽂혀서 자나 깨나 테니스 영상 보며 테니스 생각만 하고 있었다.
수영은 혼자 하는 운동이라 혼자서도 미친 듯이 할 수 있었지만 테니스는 그런 운동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동안 지현이를 끌고 테니스 지옥에 함께 했었는데 지금은 지치지 않는 상대인 벽을 상대로 스스로 지옥길로 걸어가고 있다.
테니스를 잘 치고 싶다.
격렬하게 잘하고 싶다.
나의 또 다른 취미이자 경주마처럼 관심 갖고 있는 것은 요리이다.
오늘의 요리는 게맛살 계란덮밥이다.
사실 이 요리를 만들기 위해 장 볼 때 지현이 몰래 게맛살을 담았었다.
계란과 게맛살을 볶은 후 소스를 만들어준다.
간장과 굴 소스 그리고 설탕을 넣고 물과 전분물을 넣어 끓이면 소스가 간단하게 완성된다.
새로운 요리에 지현이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한 입 먹은 후 맛있다며 감탄을 내뱉었다.
이것이 요리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주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 사람을 위해 특별한 말과 특별한 행동을 곁들여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어야 하지만 요리는 손쉽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
미각이 주는 도파민이 가진 힘이다.
주방은 타인의 즐거움이 곧 나의 즐거움으로 변하는 마법의 공간이다.
투썸에서 한바탕 놀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늘엔 분홍색 구름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 덩그러니 분홍 구름만 떠 있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행복은 언제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행복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 아닐까.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자 안 고양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확인을 하거나 확인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확인을 하면 고양이는 죽고 양자는 입자가 된다.
확인하지 않으면 고양이는 살고 양자는 파동의 성질을 띈다.
행복도 확인을 하면 입자가 되어 우리 눈에 선명히 보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확인하지 않으면 파동처럼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맴돈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양자 중첩 원리처럼 행복도 중첩이 되어 보이기도 하고 존재하기도 하는 그런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의 나는 행복을 관측했고 입자가 되어 내 눈앞에 보였다.
선영이가 김밥을 쌌으니 먹으러 오라는 소리에 언제나처럼 처갓집으로 향했다.
한가득 쌓여가는 김밥과 공간춘의 거대한 양은 우리를 압도해버렸다.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탄수화물과 탄수화물의 조합은 끊임없이 내 입안으로 들어갔다.
배가 불러 이젠 그만 먹어야지 생각하면서 미각 세포가 느끼는 도파민을 포기할 수 없어 그만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후식 먹을 배조차 남아있지 않아버렸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에 오늘도 나는 실수를 반복해버렸다.
살은 양자가 아니라서 관측하거나 관측하지 않아도 언제나 내 몸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