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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Mar 08. 2024

Cutie is never die.(귀여움은 죽지않아)

2.2


2024년 2월 2일 금요일



여기 두 개의 물건이 있다.


하나는 귀엽지만 실용도가 떨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용도는 높으나 덜 귀여운 것이다.


가치가 동일하다면 당신은 어떤 물건을 고를 것인가?


나는 귀여운 것을 선택하겠다.


멋있고 이쁘고 매력적인 것은 많지만 결국 가장 오래가는 것은 귀여움이다.


상대방이 귀여워 보이는 순간 그건 이미 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영어권에는 이런 말도 있다고 한다.


Cutie is never die.


사실 내가 지어낸 말이다.



이 춘식이 컵을 소장한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용량도 얼마 되지 않지만 귀여움 하나로 그 모든 것을 상쇄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한가로운 금요일 오후 소파에 앉아 빵과 우유를 먹고 있는 중이다.


오랜만에 우유를 마신다.


한때는 하루에 우유 한 통(1,000ml)씩 마신 적이 있다.


그 때문인지 고등학생 때 키가 20cm 이상 커버렸다.


(지금은 더 크지 않은 걸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


항상 냉장고에 우유가 있도록 신경 써준 엄마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내 소중한 키가 완성되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냉동실에서 단잠을 자고 있던 굴비를 깨웠다.


쌀뜨물에 굴비를 낮잠 재워두고 나서 굴비 속에 있는 내장을 일일이 제거해 주었다.


찜기를 올려두고 원래는 녹차물로 쪄야 하지만 녹차가 없기에 월계수 잎과 맛술 그리고 여러 야채들을 넣어 굴비의 비린 맛이 잡히길 기도했다.


그렇게 잠에서 깨자마자 굴비는 찜기 속에서 열심히 사우나를 했다.


사우나를 마친 굴비는 밥도둑이 되어 있었고 우리는 굴비와 밥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나는 생선을 먹을 때 젓가락으로 살을 헤집어 먹기보다 먼저 온 가시를 제거하고 편하게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생선을 먹다 가시가 목에 걸려 고생고생하고 병원도 갔던 안 좋은 기억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바닷가 도시 출신답게 능숙하게 생선뼈를 발라 지현이 숟가락 위에 살을 올려주었다.


녹차가 있었으면 녹차물에 말아서 보리굴비를 맛있게 먹는데 집에 아무런 차가 없어 다음에 녹차를 구비해놓기로 결심했다.


아직 냉동실엔 잠자고 있는 굴비들이 많이 있다.


굴비는 맛있었지만 한 가지 안 좋은 게 있었다.


굴비 냄새가 집 안에 향수가 되어 3일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잘 읽히는 글은 글에 리듬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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