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2024년 2월 5일 월요일
한 달의 시작인 주엔 여유가 흘러넘쳐 잠시 범람하곤 한다.
쇼 생크 탈출에서 하수구를 통과해 탈출한 주인공처럼 온종일 비를 맞으며 하늘을 향해 소리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해방감을 느낀다.
하루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채울지에 대한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고 한다.
민족의 명절 설날을 기념하여 어머님이 언제 먹어도 맛있는 갈비를 받아오셨다.
며칠 전부터 갈비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뇌리에서 지울 수 없었는데 나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나 보다.
마치 하늘이 갈비를 내게 내려준 것이 아닐까.
그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이 소중한 갈비는 우리 집에서 경건하게 구워 먹기로 했다.
횟집 비닐을 식탁에 깔고 버너와 그리들을 설치한 후 야채들을 올려두었다.
특별히 갈비와 매우 잘 어울리는 양파절임을 만들어 마치 호위무사처럼 갈비 양쪽에 잘 올려두었다.
양념을 머금고 있는 갈비는 우리의 바람과는 다르게 쉽게 익어가지 않았다.
사람은 6명인데 불판은 더뎌 배고픔의 초조함이 우리를 잠시 휘감았다.
나는 이렇게 먹다간 저녁이 끝나고 해가 뜰 것 같아 얼른 가스레인지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초벌구이 작업에 들어갔다.
제갈량도 울고 갈 기막힌 양동 작전이었다.
그 덕에 갈비 공급은 멈출 줄 몰랐고 게눈 감추듯 사라지는 갈비와 다시 공급되는 갈비 간의 팽팽한 싸움이 벌어졌다.
이 싸움은 모두가 만족스럽게 배를 두들기고 나서야 겨우 끝이 났다.
한 입으로는 다이어트를 말하면서 다른 입으로는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넣는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우리는 해내었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게 아니라 한 입으로 말하고 먹는 수준이다.
이처럼 모순적인 입이 어디 있을까.
인간은 모순 그 자채이다.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ver. 데스노트 류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