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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Mar 19. 2024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 '소울 푸드'

2.6


2024년 2월 6일 화요일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소울 푸드'일 것이다.


음식이 단순히 미각과 위장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위로해 준다면 우리는 그것을 바로 '소울 푸드'라고 부르기로 잠정적으로 합의를 마친 상태이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내게도 소울 푸드가 있다는 것을 불과 몇 년 전에 알게 되었다.


자취를 하며 혼자 살 때 이상하게 일요일만 되면 다음날 출근이라는 생각에 월요병에 휩싸이곤 했다.


소중한 주말이지만 월요병의 사전 여파로 주말을 온전히 즐기지 못할 때도 있었다.


건드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회사인데 왜 이렇게 월요병이 찾아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K-직장인인가 보다.


아무튼 일요일 저녁만 되면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생각에 이상하게 항상 김치찌개가 생각나곤 했다.


평소엔 잘 먹지 않았지만 일요일 저녁은 웬만하면 김치찌개의 날이 되었다.


김치와 고기를 볶다가 물을 넣고 양파와 파를 넣고 오래 끓이면 탄생하는 문주부표 김치찌개 하나면 일요일에 느끼는 월요병이 싹 사라지는듯했다.


그렇게 김치찌개는 내 마음까지 달래주는 소울 푸드가 되었다.




일요일도 아니고 월요병인 월요일도 아닌 화요일에 이상하게 지현이와 나는 힘이 없었다.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다 힘이 없을 땐 김치찌개라는 생각에 김치찌개를 끓였다.


맛있게 먹고 싶어서 그 여느 때보다 더 신중히 재료를 넣고 끓였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김치찌개를 한 숟갈 떠먹자마자 우리의 눈은 휘둥그레지는 걸 넘어 튀어나올 뻔했다.


'미미(美味)!!!'


요리왕 비룡의 심사위원처럼 번개가 번쩍였다.


그 어떤 김치찌개보다 오늘의 김치찌개는 더 맛있었다고 감히 세상 앞에 자부할 수 있었다.


얼큰한 김치찌개 국물이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마음에 들러 우리의 지친 마음을 감싸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참된 치유를 맛보았다.


괜히 소울 푸드가 아니었다.


음식은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그리고 매운맛(맛이 아니라 통각이지만)을 우리가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치유의 맛도 하나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단순한 맛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음식만이 줄 수 있는 위로가 때론 우리를 감싸 안아주기도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소울 푸드인 김치찌개 덕분에 남은 하루들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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