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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Mar 21. 2024

우리집 식당 간판 속에 우리는 세계식도락 여행 중이다.

2.7


2024년 2월 7일 수요일




먼 과거 기원전 수천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의 먼 조상들을 생각해 보자.


그때의 삶은 살기 위해 먹는 것이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음식을 저장할 냉동고도 없었을 것이고, 하루 수렵해 하루 먹고사는 일생의 반복이었다.


먹는 것은 곧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이렇게 먹고 먹는 DNA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와 우리 몸속에 잠재되어 있다.


현재의 우리 삶은 과거 조상들 삶과는 매우 다르지만 수천 년의 시간은 진화를 거치기 매우 짧은 시간이고 우리에게도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한 형태로 남아있다.


지금은 음식을 보관할 기술이 매우 발전했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차고 넘쳐흐르고 있으며, 너무 넘치다 못해 그 잉여자원을 처리하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질이 더 중요한 세상이다.


가족을 먹여살리는 주부들은 끊임없이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있고 나도 그렇다.


단순하게 위장을 채우기 보다 혀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메뉴를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찾아 헤매고 있다.


그렇게 헤매고 헤매다 오늘의 메뉴가 결정되었다.


바로 어제 먹다 남은 돼지갈비와 파스타이다.



일반 파스타면이 다 떨어져 링귀니 파스타면 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수제와 사제를 결합한 소스에 버무려 손쉽게 파스타가 만들어졌다.


파스타 옆에는 돼지갈비가 담긴 접시가 놓여 있었고 오늘은 왠지 이 메뉴엔 와인이 어울릴 것 같아 주로 마시던 위스키 대신 와인 한 병을 꺼내 들었다.


파주 북스테이를 하러 놀러 갔을 때 산 'MAIANA' 와인이 오늘의 와인으로 선별되었다.


어제는 한정식집이었고 오늘은 양식집이 되었다.


하루하루 변하는 우리집 식당 간판 속에서 우리는 전 세계를 넘나드는 식도락 여행 중이다.


집들이 선물로 받은 붉은색의 와인 잔은 레드 와인을 담아 마시기엔 감성이 넘치다 못해 흘러내렸다.


아무 기념일도 아니었지만 그저 우리만의 이름표 붙이지 않은 기념일로 정하기로 했다.


먹는다는 것의 본능적인 의미를 넘어 어떤 맛을 먹느냐가 더 중요하게 된 현실의 인류의 삶을 따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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