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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Apr 26. 2024

미어캣과 사람은 같은 DNA를 공유하는게 아닐까

2.8


2024년 2월 8일 목요일




미어캣과 사람은 아마 어느 정도 같은 DNA를 공유하는 게 아닌가 싶다.


미어캣은 시도 때도 없이 고개를 들고 주변 정찰을 하며 눈치를 많이 보는 동물이다.


주변에 위협은 없는지 소리가 나는 방향이 어디인지 동료는 어디 있는지 고개 들어 확인하는 이유는 아마 생존과 연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람도 시도 때도 없이 주변 소리와 사람을 신경 쓰며 고개를 치켜세운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하고 주변에 위협이 되는 인물이 없는지 탐색하기도 한다.



특히 회사에선 더 그렇다.


딴짓을 하다가 들키진 않는지 팀장은 자리에 있는지 누가 돌아다니는지 일을 하는 와중에 끊임없이 주변 상황을 살피곤 한다.


일을 자율적으로 하라고 지시받지만 사실 주변 눈치를 보며 일하는 척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회사에 사람이 없어지고 주변을 경계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말은 달라진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그저 내 세상인 양 딴짓을 실컷 하는 게 우리 K-직장인이다.


설날 연휴가 다가오면 다들 고향에 가느라고 회사 사람들이 텅텅 비어있게 된다.


그럼 더 이상 눈치 보고 신경 쓸게 없는 우리는 마음 놓고 일하지 않는다.


오늘은 설 연휴 전날이었고 회사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일이이 죽어라 하기 싫었다.



일도 하기 싫고 도시락도 없고 기분을 내고 싶어 오늘은 베트남으로 여행 가는 기분으로 쌀국수를 먹었다.


여행을 떠나면 언제나 한식이 생각나기에 떡볶이를 먹기도 했다.


식도락 여행은 끝이 나지 않는다.



지현이 외가 친척들이 모이는 논산으로 설 인사를 드리러 갔다.


마치 산청 외할머니 집이 떠오르는 시골이를 굽이굽이 지나고 나서야 도착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붉은빛을 내뿜는 하늘은 차가운 겨울 시골 풍경을 따스하게 덮어주는듯했다.


시골문을 지나기 위해 한껏 허리를 굽혀 들어갔다.


어른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가만히 서 있기 뻘쭘해 자그마한 일들을 도와드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반찬과 떡국을 나르는 일뿐이었다.


외가 친척 어른들 사이에 앉아 떡국과 함께 펼쳐진 맛있는 밑반찬들을 말없이 먹었다.


음식이 맛있었기도 했고 서로 어색한 기류에 암묵적으로 열심히 밥을 먹기로 합의했나 보다.


식사가 끝나고 다 함께 후식을 먹으며 탁구공처럼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 화재들이 서로 서로에게 전달되는 것을 열심히 경청했다.



완연한 설날이었다.


역시 명절엔 가족들과 부디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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