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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ul 01. 2024

좋겠다 고양이들아 너희들은 내일 출근하지 않겠구나.

2.12


2024년 2월 12일 월요일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단어들을 듣고 말하며 산다.


그리고 단어를 들을 때마다 각기 다른 감정과 이미지가 떠오른다.


내겐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슬프게 다가올 수 없다.


마치 영원히 다시 못 볼 것 같은 그리고 다신 이 순간이 안 올 것 같아 마지막은 괜스레 가슴이 아련하하게 만든다.


그렇다.


오늘은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고양이들도 연휴를 즐기고 있나 보다.


한 마리는 마당에 앉아 볕을 쬐며 그루밍을 하고 있고, 뒤에 의자 위엔 또 다른 한 마리가 앉아서 쉬고 있고 그 아래엔 마지막 고양이가 두 눈을 감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얼마 전에 봤을 땐 쪼그마한 아기 고양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커서 건장한 청년 고양이가 되었는지 시간이 빠르게만 느껴졌다.


나도 저 속에 들어가 함께 볕을 쬐며 마지막 연휴의 한가로움을 즐기고 싶지만 사유지라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좋겠다 고양이들아 너희들은 내일 출근하지 않겠구나.



노이브로트 카페엔 고양이 한 마리가 터줏대감처럼 살고 있다.


한쪽 눈을 다친 듯 눈이 불편해 보이지만 사람을 워낙 좋아해 사람만 보면 야옹- 야옹-거리며 벌러덩 드러눕는다.


이 녀석을 위해 차로 돌아가 차에 항상 있는 츄를 하나 꺼내와서 애교에 보답하는 선물로 정성스럽게 하나 짜 먹여주었다.


원래는 길냥이었지만 카페 주변을 서성거렸고 그 모습을 본 사장님이 물과 사료를 주면서 돌보고 있다고 했다.


며칠 전에도 카페에 찾아가 츄르를 주려고 했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고양이는 어딘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껴뒀다 다음에 줘야겠다.



오늘의 저녁은 '돼지고기 두루치기'다.


냉장고 안에 있는 온갖 야채들을 넣고 볶다가 대패 삼겹살을 넣고 간장과 고추장을 양념으로 해서 볶으면 요리가 완성된다.


내 두루치기는 정말 팔아도 될 만큼 맛있다.


지현이는 두루치기가 나오면 옆에 내가 안 보이는 듯 젓가락과 입을 놀리느라 바쁘다.


밥을 천천히 먹는 나는 먹다 보면 반찬이 어느 순간 사라진 경험을 가끔 하기도 한다.


아마 그만큼 맛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잘 보냈다.


연휴의 마지막인 게 참으로 아쉽지만 마지막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있기에 그 마지막을 담담히 받아들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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