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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Jul 01. 2024

이렇게 이야기를 또 급마무리 해본다.

2.11


2024년 2월 11일 일요일



눈을 뜨는 순간이 어색할 때가 있다.


마치 생소한 장소에 놀러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며 이게 현실이 맞는지 스스로 답이 없는 의심을 해본다.


명절 연휴에 집에서 눈을 뜬 아침이 그런 느낌이었다.


연휴라고 그냥 가만히 누워있는 건 내 성격에 도무지 맞지 않는 일이라 산책을 가기 위해 침대에서 벗어났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수통골로 향했다.



돌 틈 사이로 수통골 시원한 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한적한 아침 풍경을 바라보며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째 필름 카메라를 살지 말지 고민 중인데 과연 그 결정이 언제날지 모르겠다.



야생의 뚱냥이가 나타났다!


'너 내 집사가 돼라!'라고 말하는 듯 우리를 향해 귀엽게 울부짖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고양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쭈그려 앉아 무릎을 툭툭 치니 고양이는 내게로 성큼성큼 걸어와 바로 엉덩이를 보이며 친근한 표시를 해댔다.


궁디팡팡을 해주고 싶었지만 손을 씻을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어 할 수 없음이 살짝 안타까웠다.


엉덩이를 보이며 코를 비벼댔지만 간택의 아무런 반응이 없자 고양이는 우리를 외면하고 다시 자기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다음에 또 보자 고양이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현이와 어제저녁에 먹은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다 피자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어제 피자를 먹지 않았고 또 우리가 피자를 먹은 지 꽤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한치의 고민도 없이 우리의 점심 메뉴는 피자로 결정되었다.


도미노 피자에서 피자 두 판과 스파게티를 주문하고 아버님 어머님과 연주를 불러 모두 다 함께 점심으로 피자를 뜯어 먹었다.


역시 치킨보다 피자가 더 맛있다.


피자는 한 판도 혼자서 다 먹을 수 있는데 치킨은 3~4조각이면 금방 느끼해서 못 먹게 된다.


아무튼 맛있고 화기애애한 명절의 점심이었다.


(급 마무리)



저녁 또한 처가 가족들이 모여 소고기를 구워 먹는 잔치가 벌어졌다.


피자에 이은 소고기라니 이건 행복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흐뭇한 일이었다.


입속에서 살살 녹는 소고기는 느끼한 줄도 모르고 엄청나게 입속으로 가져갔다.


한동안 소고기 생각은 안날 정도로 정말 잘 먹었다.


집으로 돌아와 지현이와 아페롤 스프리츠 한 잔을 마시며 우리의 명절을 자축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맛보게 된 아페롤 스프리츠는 우리 최애 술이 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매 끼니마다 아페롤을 마셨으며 한국에 돌아와서도 집에 쌓아두고 꺼내 마실 정도였다.


곧 마지막 병이 동이 나는데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들러(팔지 안 팔지 그때그때 다르지만) 다시 쟁여놔야겠다.


이렇게 명절의 또 하루가 지나갔다.


가족과 가족과 가족과 함께한 명절이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또 급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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