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2024년 2월 25일 일요일
아직도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 류시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스트라빈스키의 또 다른 일화가 있다. 그는 매일 아침 작업실에 들어가면 맨 먼저 피아노 앞에 앉아 바흐의 푸가를 한 곡씩 연주했다. 그런 다음에야 10시간 작곡에 몰두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을 음악가라고 느끼는 의식이, 악보와 자신을 연결시키는 연주가 필요했을 것이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루틴(routine)'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루틴이 무엇인지는 야구 선수를 생각하면 쉽다.
타석에 들어선 야구 선수들이 일정 행동을 반복하며 자신만의 안정과 컨디션을 찾는 행동을 취한다.
그것이 루틴이다.
사전적 정의로는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이다.
쉽게 큰일을 치르기 전 수행하는 작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편할지도 모른다.
스트라빈스키가 작곡 전 연주를 하듯 말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 책을 읽겠다고 다짐했다고 생각해 보자.
다들 알다시피 다짐했다고 갑자기 책상에 앉아 책을 읽기란 매우 어렵다.
그것은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책상에 앉아 물을 마시고 책상 정리를 하고 책을 펼친다고 생각하면 책 읽기가 한결 더 쉬워질지도 모른다.
책을 읽기 전 일상적인 어떤 행동이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 루틴 중 하나는 밥을 먹고 소파에 앉는 것이다.
그리고 카우치 포테이토가 된다.
매우 안 좋은 루틴이다.
이런 좋지 않은 루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소파에 앉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참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숲속을 걷는데 개 한 마리가 나무 아래 앉아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개는 성난 이빨을 드러내고 당신에게 달려든다. 당신은 겁에 질리고 화가 난다. 하지만 곧 개의 다리 하나가 덫에 걸려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 순간 당신의 감정은 분노에서 염려로 바뀐다. 그 개의 공격성이 고통과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명상 교사이며 심리상담가인 타라 브랙은 말한다.
사람도 개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화가 난 사람이나 날이 서있는 사람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상처가 있을 수도 있다.
그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상처로 인해 발생하는 분노를 분노로 맞받아치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이다.
공격적인 사람에게 그 상처를 알려주고 치유하도록 돕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안 듣는 동물이기에 그렇게 치유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우리가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냥 넘어가는 게 때로는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긍정적인 감정이 좌뇌에서 간단히 처리되는 반면에 부정적인 감정은 우뇌에서 훨씬 많은 분석과 사고 과정을 거친다고 뇌신경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 감정보다 불쾌한 감정과 사건을 묘사할 때 더 논리적이고 강한 말들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렇게 발달한 우뇌는 부정적인 것을 발견하는 일이 습관이 된다. 그것이 인간 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동화가 필요한 순간이 바로 그때이다. '학자처럼 공부하고 동화의 주인공처럼 살라.'라는 말은 소중한 금언이다.
긍정이 부정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것임을 우리는 누구나 매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 것이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부정에 한 번 휩싸이면 우리 눈과 뇌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그 부정은 우리의 인생을 더욱 나쁜 방향으로 흐르게 만든다.
억지로라도 긍정적으로 보고 생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배우 주지훈이 이런 말을 했다.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하고 말로 내뱉어야 한다.'
긍정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석회수가 한 방울씩 몇천 년간 떨어져 종유석을 만드는 것처럼 작은 긍정의 생각을 수천 번 억지로 반복해야 그나마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지금은 매우 작을지 몰라도 결국엔 그것이 우리를 변화시킨다.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도 말할 수도 있다.
괜찮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했을 땐 마지막에 긍정의 생각을 한 줄 추가해 보자.
우리의 뇌는 단순해서 마지막 순간만 기억한다고 한다.
가랑비에 옷이 젖어가듯 긍정에 인생이 물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