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2024년 3월 4일 월요일
두 달전의 일을 지금 쓰려고 하니 참 막막하다.
작은 다이어리 수첩에 오늘의 일이 간단하게 감사일기로 적혀있겠지만 지금은 회사라 집에 있는 다이어리를 볼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집에 가서 글을 쓰자니 안 쓸 것 같아 그냥 회사에서 끄적여본다.
월요일이라 퇴근 후 한밭 스포츠 테니스 강습을 들었을 테고 아마 별다른 사진들이 없는 것을 보니 아무 일도 없었을 것 같다.
물론 무슨 일이 있었겠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사람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
그래서 글이 있고 책이 있고 기록이 있는 것이다.
나도 내 인생을 이렇게 일기로 적어 기록하려고 노력하지만 두 달 전에 일어난 일을 지금 와서 기억하고 알 수는 없다.
최근엔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여기서 최근이라는 말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5월 9일이다.
하지만 5월의 일기를 적을 때면 아마 6월이 되어 있겠고 그럼 9일의 일기를 적는 순간 짜증 나는 일은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다.
그날에 있었던 일을 적는 글이 아닌 그저 좋은 기억으로 찍은 사진만 보고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행복 일기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얼른 이 간격을 좁혀 온전한 나의 일상이 녹여든 글을 적는 그날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해 본다.
사진을 보며 기억나는 건 '아 양배추 대패삼겹살 전자레인지 요리가 참 맛있었구나.' 뿐이다.
음식이 아닌 다른 기록을 통해 좀 더 나의 일상을 풍요롭게 담아야겠다.
지금에라도 그렇게 노력해 보자.
아.
혹여나 5월 9일의 글을 쓰다가 기억 안 날지도 몰라 지금 간략하게 오늘의 일을 남겨본다.
아무런 신경 쓰지 않는 우리 집과 불만을 토로해도 반응 없는 행동 그리고 네가 아들이니까 더 잘해라는 이해 안 가는 태도에 이젠 너무 진절머리가 난다.
지현이 덕분에 살짝이나마 할 말을 했고 그 말로 인해 돌아온 화살이 좋지만은 않았지만 내 마음은 더 후련하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살아야지.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