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소곤소곤 내린다.
우리는 마주 보고 앉아 가만히 내리는 비를 바라봤다.
바닥에 고여있는 물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고 방사형으로 펼쳐진 물결은 생명의 파동을 그려내었다.
창 너머로 빗소리가 울려 귀를 차분히 쓰다듬고 있었다.
수직 낙하하는 빗소리에 서로의 책을 펼쳐들었고 한 장씩 각자의 페이지를 넘겼다.
커다란 솥뚜껑 위에 담백한 고기가 올려져 익어갔다.
선홍빛을 내던 고기는 어느새 가을의 갈색을 품었고 주렸던 배를 건드리는 향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
적당한 기름기와 살코기를 가진 삼겹살은 구워지는 것으로도 미슐랭 음식에 버금가는 맛을 혀에 선물한다.
세상 그 어느 나라에 우리보다 삼겹살을 더 좋아하는 민족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음식을 해외에 설명할 때 항상 비빔밥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비빔밥보다 삼겹살이 그 어떤 음식보다 우리나라를 잘 설명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신선한 쌈 위에 구워진 고기와 함께 들어가는 온갖 재료들은 비빔밥의 비빔을 넘어서는 맛을 자랑한다.
여러 재료가 섞인 것이 비빔밥이면 여러 재료가 섞인 쌈도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더욱이 삼겹살을 먹은 후 냉면 또는 된장찌개와 같은 탄수화물을 먹는 우리 고유의 식습관을 삼겹살은 가지고 있다.
또 음식을 공유하는 우리 식문화처럼 한 덩이의 고기를 나눠먹는 삼겹살은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우리 고유의 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삼겹살을 좋아한다.
나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