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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May 24. 2021

소풍날 그 도시락

소박하지만 정겨웠던 엄마의 도시락

고등학생 때 소풍을 가면 항상 김밥을 싸갔었다.

그 김밥 속에는 단무지, 햄, 계란, 맛살 그리고 오이가 간단하게 들어있었다.


내 김밥 속재료는 몇 년째 바뀌지 않았고

유부초밥을 싸오는 친구들

고기를 싸오는 친구들

김밥에 치즈와 참치가 들어간 친구들의 도시락을 보면서

나도 화려하고 맛있는 김밥을 싸와서 자랑하고 싶었다.


2학년 가을 소풍 때

엄마에게 이번 김밥엔 오이나 맛살 말고 소고기도 넣고 우엉도 넣고 깻잎도 넣어서

좀 더 푸짐하게 싸 달라고 졸랐다.

처음 말했을 땐 엄마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지만

소풍 전날까지 처음 소풍 가는 어린아이처럼 계속 칭얼댔다.


내 칭얼거림에 엄마는 마지못해 바쁜 시간을 쪼개 손이 많이 가는 김밥을 싸주었다.


그리고 소풍날 철없는 나는 온전히 100% 엄마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이 담긴 김밥을 꺼내 친구들과 나눠 먹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김밥을 싸기 위해 엄마가 얼마나 고민을 했을지 그리고 얼마나 노력과 정성을 들였을지...

그때는 그저 철이 없어 먹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것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뒤에 숨겨진 부모님의 걱정과 근심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 어렸을지도 모르고,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을지도 모르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런 현실들을 무의식적으로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이가 들고 직접 돈을 벌면서

모든 것이 쉽게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저 가볍게 보이는 김밥마저도 이젠 한 줄에 3,500원이나 하며

직접 김밥을 싸 보니 손이 너무나 많이 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젠 먹고 싶으면 마음껏 다양하고 맛있는 김밥들을 먹을 수 있지만

예전 소풍 때 먹었던

엄마의 속이 간단했던 그 김밥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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