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Jun 08. 2021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배려

사소한 기억력이 만든 호감


"뼈다귀탕 2개 주시고요. 만두도 하나 주시고, 사이다도 하나 주세요."

"사이다? 너 사이다 마시게?"

"아니, 너 맨날 밥 먹을 때 사이다 시키잖아."


졸업과 취업을 하고 뿔뿔이 흩어졌던 동아리 동기를 1년 만에 우연히 일정이 맞아 경기도에서 보게 되었다.

내가 먼저 말하지도 않았는데 내 식습관을 기억하고 사이다를 먼저 주문하는 그 친구를 보면서 고마움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왜 이 친구의 작은 취향마저 먼저 고려하지 못했던가.

1년이라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세월 동안 온라인으로 밖에 간간히 이야기하지 못하고 서로의 삶을 살기 바빠 오프라인으로 만날 기회도 없어 잘 살고 있는지도 몰랐는데 먼저 나에 대한 배려를 해주니 감동이 밀려왔다.


사이다를 한잔씩 나눠 마시며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음에 또 보자는 기약 없는 약속은 한 채로 헤어졌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이런 작은 부분에서 시작한다.

큰 선물을 주거나 큰일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이다를 먹는 습관을 기억하고 먼저 사이다를 시켜주는 그런 아주 사소한 작은 부분에서 사람은 감동을 받는다.


"언제 한번 밥 먹자."라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을 거짓말이 아닌 실천을 하게 된다면 상대방은 감동과 고마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이나 자주 마시는 커피를 기억해뒀다가 "너 이거 좋아하지?"라고 먼저 이야기해준다면 상대방은 당신의 기억력과 배려심에 한층 더 호감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사람을 만날 때면 그 사람의 작은 부분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오가는 대화중에 들린 상대방의 작은 말을 기억했다가 그다음 만남에 물어봤고, 음식이나 음료의 취향을 기억했다가 먼저 물어봤다.


작은 배려였지만 좀 더 빠르게 상대방과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선행을 베풀 때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받는 것에 익숙해지기보다 상대방을 생각하여 주는 것에 익숙해져 보는 건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