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지켜봐야 보이는 소중한 것들
목에 갈증이 점점 올 때쯤
시원한 물 한 컵을 받아 크게 한 모금 꿀꺽하고 마시면
목젖을 지나 목과, 폐 사이를 가로지르는 식도를 타고 위로 흘러가는 시원한 물의 감촉을 느낄 수 있다.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게 물은 식도를 쓰다듬는다.
마치 식도가 '나 여기 있어요~'하는 듯하며 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내뿜는 것 같다.
다시 물 한 모금을 더 마셨을 땐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식도에 그 느낌을 느낄 수는 없다.
주변의 온도와 목이 마른 상태 그리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내 몸상태의 삼박자가 맞춰져야 겨우 이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시원한 물이 식도를 타고 흘러가는 촉감을 온도, 목마름 그리고 몸상태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느낄 수 있듯이 우리가 평소 잊고 살았던 소소한 그러나 소중한 느낌들도 박자가 맞게 떨어져야 느낄 수 있다.
숲 속의 새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는 것도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의 따스한 날과 푸른 자연의 빛 그리고 때마침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의 박자가 알맞게 떨어져야 그제야 그 찰나의 순간이 우리의 뇌리에 박히며 평온하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
시원한 물의 쓰다듬처럼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느낌들이 있다.
봄과 가을의 선선함을 만끽하며 점심에 책을 들고 회사 옆 공원 벤치에 앉아 나무에 둘러싸여 책을 읽는 것.
뜨거운 여름날 아침 졸린 몸을 달래 수영장 물에 다이빙으로 풍덩 하고 들어가는 순간.
극도의 공복을 참고 들어간 고깃집에서 모든 음식을 참고 혼신의 힘을 다해 구운 삼겹살 첫 점을 입에 넣는 순간.
반차를 쓰고 잔디밭 위에 가지런히 펴놓은 돗자리 위에 누워 뭉게구름이 수놓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
평온한 오감을 느끼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지만, 여러 상황의 박자들이 더해진다면 그것은 숫자에 제곱을 곱한 듯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행복을 우리에게 맛 보여준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느낀 소소하지만 소중한 느낌은 맛있는 김밥을 배가 든든하게 먹고 창밖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이렇게 책상에 앉아 나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순간순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그리고 소중한 감정들을 품에 안으며 행복을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