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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by 초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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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에서 잠자고 있던 굴비를 꺼냈습니다.


줄줄이 명주실에 매달려 있는 굴비를 하나하나 속박에서 꺼내 자유를 찾아주었습니다.


쌀뜨물에 목욕시켜주고 겉을 둘러싸고 있던 비늘과 지느러미를 때어주었습니다.


"따뜻하게 고온 건식 사우나를 해볼까."


묵혀있던 냄새를 잡기 위한 마늘과 고추와 함께 굴비들은 따뜻한 오븐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땀을 빼며 태닝을 했고 겉과 속은 그렇게 익어가고, 굴비 냄새 입자는 확산 효과로 널리 집안 곳곳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잠들어있던 굴비를 꺼낸 지 세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황금빛 옷을 입은 굴비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갓 지은 따끈한 밥 위에 굴비 한 점을 뜯어 올려 입속으로 가져가면 그 풍미에 저절로 입에서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굴비를 먹기 위해 수 시간 동안 인고의 노력을 쏟아부었고 그 보답을 받았습니다.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큰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오늘 받은 이 한 끼의 소중함을 언제나 잊지 말아주십시오.


돈으로 살 수 없는 누군가의 정성이 담긴 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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