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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없는 치과

by 초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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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공통된 PTSD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위잉- 하는 소리와 치과 특유의 약 냄새를 맡는 순간 저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아납니다.


잊고 있었던 고통이 다시 상기되며 심장박동은 점차 빨라집니다.


제 이름이 불리지 않길 기도하지만 신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는 듯 금방 제 차례가 오게 됩니다.


정신은 아득히 가르강튀아 블랙홀에 집어삼켜진지 오래여서 의사 선생님의 말은 귓가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후회는 지금의 고통만 늦출 뿐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하기에 애써 타스를 불러 세워 블랙홀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봅니다.


인터스텔라 속 쿠퍼가 되어 머피를 외치며 한없이 책장을 두드리며 빛을 조종해 보지만 그 외침은 멍청한 과거의 나에게 닿지 않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말았습니다.


단순 수리가 아닌 대공사로 이어지는 진료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준비 동작 없이 시작되는 치료는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옛말은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할 수도 없었고 도저히 이 상황을 즐길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사나이는 살면서 세 번 눈물을 보이는 것이 말을 지키지 못한 채 오늘도 눈물을 찔끔 보였습니다.


아프면 손을 들라는 의사의 말에 손을 들었지만 그저 손만 든 사람이 되어버렸고 하늘은 저의 고통을 무심하게 외면했습니다.


여기는 '미소앤 치과', 하지만 저는 미소를 지을 수 없었습니다.


미소 없는 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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