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움과 안녕을 담은 손(1.24)

by 초곰돌이

2026년 1월 24일 토요일



익숙하고도 낯선 장소에서 눈을 떴습니다.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방 안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어색해 보이는 것은 그간 떠나간 세월이 많아서 그런 것이겠지요.


그렇게 포항에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유난히 높아 보였던 화장실 천장은 너무나 훌쩍 커버린 키에 이젠 부딪히지 않을까 걱정하며 샤워를 마쳐봅니다.


커져버린 몸만큼 커져버린 차를 타고 부모님과 함께 구룡포의 한 장어집으로 향했습니다.


포항의 길은 북적임보다 고즈넉함이 더 내려앉아 있었고 집에서 멀어질수록 한적한 마을들만 보였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오래된 가게 앞에 차가 멈춰 서자 입구에 적힌 80년도부터 장어를 구워왔다는 글을 보고서야 이곳이 장어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한 상이 다 차려진 방 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 기본 반찬을 젓가락으로 하나 둘 집어먹었습니다.


엄마는 기분이 좋은지 원래 먹지도 않던 장어즙주(酒)를 마셨고 재잘재잘 과거의 이야기보따리들을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아빠와 결혼한 순간부터 어려웠던 신혼 생활 그리고 내가 갓난아기일 때 밥을 먹지 않아 우유에 밥을 말았더니 잘 먹었다는 이야기까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수다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양념이 되어 잘 구워진 장어가 나오고 마지막 젓가락을 움직이기까지 엄마의 말은 그칠 줄 몰랐습니다.


마냥 갓난아이 같던 아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 커버렸고 부모의 손을 떠나 자기만의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면 부모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아직 부모가 되어보지 않아 모르지만 엄마의 깊은 눈을 보면 은유적으로 그 마음을 알 것만 같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해맞이 공원에서 바다와 해돋이 손을 잠시 찍어 먹고 왔습니다.


강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북적였고 갈매기들은 푸른 바다 위에 흰 점들을 찍고 있었습니다.


관광객도 아닌 현지인이 벌써 몇 번이나 봤던 해맞이 손을 또 볼 이유는 없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엄마가 하자는 대로 발길을 옮겨봅니다.


이제 다시 대전으로 떠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두 손 한 아름 주어진 짐을 가득 들고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건네고 KTX에 올라탔습니다.


다음이 또 있기에 아쉬움의 마음은 잠시 고이 접어 가슴 깊이 넣어두도록 하겠습니다.


단지 얼른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어 저를 기다리는 사람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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