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의 중요성.
부들부들 부들부들
수업 끝나는 종이 치기까지 아직 5분이나 남았다.
하지만 내 방광은 얼른 문 열어달라고 쉴 틈 없이 두들기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부들부들 부들부들
딩동댕동-
종이 울리자마자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최대한 방광을 잠그고 화장실로 뛰쳐나갔다.
쉬-
'아! 살았다. 여기가 천국인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쉬는 시간은 친구들과 노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1분 1초가 아까웠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지도 않고 10분을 아주 알차게 놀았다.
그러다 보니 수업 중에 소변이 너무 급했고 한 번은 손을 들고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고 이야기하고 해결을 하고 왔다.
그러고 비슷한 일이 2~3번은 더 있었다.
수업을 방해하는 일이 반복되어서 그런지 선생님은 결국 참다못해 나에게 한마디 했다.
"쉬는 시간에 뭐하고 매번 수업 중에 화장실 간다고 하는 거야? 이번만 갔다 와!"
나는 크게 혼쭐이 났지만 소변이 더 급하기에 우선 해결하고 왔다.
하지만 그 후로 또 혼날까 봐 눈치가 너무 보였다.
아무리 화장실이 가고 싶어도 또 혼날까 봐 화장실 가겠다고 입도 뻥 긋도 못했다.
그래서 미련하게 가만히 앉아 식은땀을 흘리며 열심히 방광이 폭발하려는 것을 참았다.
나는 표현이 서툰 어린아이였다.
좋다는 말도, 싫다는 말도 그리고 자기주장도 내세우지 못했다.
그땐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부모님 말 잘 들어라, 선생님 말 잘 따라라, 친구들과 싸우지 말아라 이런 표현들이 우리를 옥죄였다.
초등학생 땐 수업 도중에 화장실에 간다고 했다가 혼난 후로 방광이 터질 것 같아도 또 혼날까 봐 손을 들고 말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미련하게 내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고 지냈나 모른다.
혼나는 게 두려워,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할까 봐,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왜 그렇게 남의 눈치를 살폈나 모른다.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굳이 다른 사람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내 의견을 소신 있게 말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월의 경험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인지, 지금 모습이 원래 모습인지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좋다는 것도, 싫다는 것도 그리고 모든 것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