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소개팅
날씨가 좋은 주말 오후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와 함께 책을 읽고 있었다.
내 앞에 한 여자가 자리에 앉았고 슬쩍 쳐다보니 한껏 차려입은 게 누굴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10분이 흘렀을까
한 남자가 수줍은 미소로 들어왔고 그 여자랑 인사를 나누었다.
남 : 안녕하세요. 혹시 ○○○씨?
여 : 네. 안녕하세요.
남 : 제가 좀 늦었죠?
여 : 아니에요. 괜찮아요.
남 : 커피 주문하셨네요. 저도 커피를 주문하고 올게요.
1.5m 정도 거리에서 나누어진 대화라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남자와 여자의 복장과 첫 대화의 내용을 보니 이것은 소개팅이었다.
지척에서 소개팅의 현장을 마주하니 책 보다 더 재미있었다.
남자가 커피를 주문하러 갔고, 남자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여자는 양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여 : 아~~~~~! 후...
라는 외마디 한숨을 내쉬었다.
딱 봐도 남자의 첫인상이 여자가 생각했던 인상이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이내 폰을 꺼내 들어 바쁘게 엄지 손가락을 움직였고 아마 주선자에게 한탄을 하는 것 같았다.
몇 분 후 남자가 커피를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가벼운 대화들이 이어졌다.
나는 다시 책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고, 눈은 책에 그리고 귀를 소개팅 현장으로 쫑긋 세웠다.
남 : 어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많이 다르시네요. 하하.
여 : 어떤데요?
남 : 약간 차분하신 것 같아요. 카톡에서는 활동적일 것 같았는데
여 : 아 그래요? 하하하 △△△씨는 목소리가 차분하시고 좋으시네요.
남 : 감사합니다. 차분한 것 같지만 친해지면 많이 활발해져요.
...
여 : 굉장히 활동적이라고 들었어요.
남 : 아 그래요? 근무 때문에 몇 번 봤지만 많이 친하지는 않아요.
여 : ◇◇도 하시고 활발하다고 들었어요.
남 : 아 감사하게도 좋게 포장해주셨네요.
...
여 : 라떼 좋아하세요?
남 : 네. 저는 라떼밖에 안 마셔요. 라떼 좋아하세요?
여 : 네. 라떼도 좋아하고 다 좋아해요.
...
남 : 일하다 보면 간식을 많이 먹게 돼요.
여 : 맞아요! 호호호 점심 먹고 2-3시면 당이 땡겨요. 그래서 항상 서랍에 간식을 두고 먹어요.
남 : 오 대단하시네요. 저도 항상 그때쯤에 간식을 먹어요.
여 : 간식을 챙겨두시나 봐요?
남 : 아니요. 회사에 간식이 항상 구비되어 있어요.
...
중간중간 남자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속으로 한탄을 내뱉었지만 대화는 꾸준히 이어지는 것 같았다.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소개팅 만남에 그 어색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떨릴지는 충분히 예상되었다.
하지만... '남 : 어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많이 다르시네요. 하하.' 이 말은 도대체 왜 한 건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남자와 여자의 소개팅 현장의 대화를 아주 흥미롭게 듣다가 약속시간이 다 돼서 카페를 떠나야 했기에 아쉽게도 간식 이야기까지만 듣고 자리를 일어서 나갔다.
남자와 여자가 비록 첫인상은 서로 완전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아 보였지만 대화가 잘 통해 보였다.
그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남자는 여자에게 애프터 신청을 했을까?
여자는 그 신청을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그냥 커피만 마시고 헤어지는 사이가 되어버렸을까?
인연이라면 희망이 보였을 테고
인연이 아니었다면 그저 스쳐 지나간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