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Jul 22. 2021

소개팅, 설렘과 실망 사이에서

두근두근 소개팅

날씨가 좋은 주말 오후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와 함께 책을 읽고 있었다.


내 앞에 한 여자가 자리에 앉았고 슬쩍 쳐다보니 한껏 차려입은 게 누굴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10분이 흘렀을까

한 남자가 수줍은 미소로 들어왔고 그 여자랑 인사를 나누었다.


남 : 안녕하세요. 혹시 ○○○씨?

여 : 네. 안녕하세요.

남 : 제가 좀 늦었죠?

여 : 아니에요. 괜찮아요.

남 : 커피 주문하셨네요. 저도 커피를 주문하고 올게요.


1.5m 정도 거리에서 나누어진 대화라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남자와 여자의 복장과 첫 대화의 내용을 보니 이것은 소개팅이었다.

지척에서 소개팅의 현장을 마주하니 책 보다 더 재미있었다.


남자가 커피를 주문하러 갔고, 남자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여자는 양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여 : 아~~~~~! 후...


라는 외마디 한숨을 내쉬었다.

딱 봐도 남자의 첫인상이 여자가 생각했던 인상이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이내 폰을 꺼내 들어 바쁘게 엄지 손가락을 움직였고 아마 주선자에게 한탄을 하는 것 같았다.

몇 분 후 남자가 커피를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가벼운 대화들이 이어졌다.

나는 다시 책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고, 눈은 책에 그리고 귀를 소개팅 현장으로 쫑긋 세웠다.


남 : 어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많이 다르시네요. 하하.

여 : 어떤데요?

남 : 약간 차분하신 것 같아요. 카톡에서는 활동적일 것 같았는데

여 : 아 그래요? 하하하 △△△씨는 목소리가 차분하시고 좋으시네요.

남 : 감사합니다. 차분한 것 같지만 친해지면 많이 활발해져요.

...

여 : 굉장히 활동적이라고 들었어요.

남 : 아 그래요? 근무 때문에 몇 번 봤지만 많이 친하지는 않아요.

여 : ◇◇도 하시고 활발하다고 들었어요.

남 : 아 감사하게도 좋게 포장해주셨네요.

...

여 : 라떼 좋아하세요?

남 : 네. 저는 라떼밖에 안 마셔요. 라떼 좋아하세요?

여 : 네. 라떼도 좋아하고 다 좋아해요.

...

남 : 일하다 보면 간식을 많이 먹게 돼요.

여 : 맞아요! 호호호 점심 먹고 2-3시면 당이 땡겨요. 그래서 항상 서랍에 간식을 두고 먹어요.

남 : 오 대단하시네요. 저도 항상 그때쯤에 간식을 먹어요.

여 : 간식을 챙겨두시나 봐요?

남 : 아니요. 회사에 간식이 항상 구비되어 있어요.

...


중간중간 남자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속으로 한탄을 내뱉었지만 대화는 꾸준히 이어지는 것 같았다.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소개팅 만남에 그 어색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떨릴지는 충분히 예상되었다.

하지만... '남 : 어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많이 다르시네요. 하하.' 이 말은 도대체 왜 한 건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남자와 여자의 소개팅 현장의 대화를 아주 흥미롭게 듣다가 약속시간이 다 돼서 카페를 떠나야 했기에 아쉽게도 간식 이야기까지만 듣고 자리를 일어서 나갔다.


남자와 여자가 비록 첫인상은 서로 완전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아 보였지만 대화가 잘 통해 보였다.

그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남자는 여자에게 애프터 신청을 했을까?

여자는 그 신청을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그냥 커피만 마시고 헤어지는 사이가 되어버렸을까?


인연이라면 희망이 보였을 테고

인연이 아니었다면 그저 스쳐 지나간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