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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Sep 07. 2021

21세기에서 80년대를 찾아 떠난 통기타 여행

찬란한 20대 대학 생활의 전부를 바쳤던 동아리

넓은 동아리 방안에 신문지를 원형으로 깔아놓고 그 위에 새우깡, 짱구 등등의 과자를 둘러놓는다.

식어서 미지근해진 소주를 하나 둘 빈자리에 채워놓고 종이컵은 군데군데 깔아 둔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양초로 하나하나 가지런히 원을 만든다.



불이 꺼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촛불의 꽃들이 피어나 따뜻하게 주변을 밝혀주며,

은은한 향기의 불빛에 서로의 얼굴이 일렁이게 물결친다.


여러 대의 기타가 동시에 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사람들이 하나 둘 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난 당신을 생각해요~♪'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물살의 깊은 속은 항구나 알까~♩'


기타들의 소리에 맞춰 너와 나 하나가 되어 같은 노래를 건물이 떠나가라 소리친다.

한잔 한잔 식어서 쓴맛에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소주로 목을 축이며 고래고래 노래를 부른다.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우리는 21세기에서 80년대로 시간여행을 한다.




20살에 시작한 통기타 동아리는 졸업할 때까지 대학생활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친구 따라 우연히 동아리 방에 들어가게 되었고 기타(guitar)의 g도 몰랐던 나는 가만히 앉아 어떤 동아리인지 설명을 듣다가 통기타 반주에 선배 누나의 노래를 듣자마자 '아 여기는 내 동아리구나'하는 하는 생각이 들어 바로 동아리 가입 신청서를 작성했다.


다 같이 함께 모여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공강 시간이 나면 바로 동아리방으로 달려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때론 대낮에 고기를 구워 먹으며 소주를 마시다 수업을 안 들어가기도 했으며

학교 중앙에 막걸리 동산이라고 불리는 잔디밭으로 막걸리와 기타를 바리바리 싸들고 가 잔디밭 한가운데서 노래를 부르는 우리끼리만의 작은 공연도 하기도 했다.

학교와 길거리에서 버스킹도 했으며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 투닥투닥 싸우기도 했다.


좋은 추억도 나쁜 추억도 후회되는 일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허허 웃으며 술안주로 삼을 마냥 행복한 추억들만 눈앞에 그려진다.


그런 동아리 생활 중 이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어 추억으로 밖에 그리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동아리 행사 후 뒤풀이 자리.

촛불을 켜놓고 다 같이 둘러앉아 마치 내일이 없는 듯 마시며 노래 부르던 그때는 타임머신을 타고 가지 않는 한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이다.


마치 80년대 통기타 전성시대처럼 20대 청춘을 촛불에 불태웠다.


누구나 이런 어릴 적 소중한 추억들이 있지 않을까.

특히 제일 빛나고 혈기왕성하던 20대 대학시절.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실수해도 다시 일어서 도전할 수 있었던 그때

인생은 추억을 먹고사는 생물이라고 했던가

이런 행복하고 그리운 과거의 추억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 하루를 살고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시'와 친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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