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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곰돌이 Sep 16. 2021

마음의 짐 정리는 어떻게 하나요?

차곡차곡

이사를 해본 적이 있나요?


저는 수많은 이사를 해봤답니다.

사계절이 지날동안 한 몸 뉘었던 공간을 뒤로하고 새로 사계절을 마주하기 위해 이사를 합니다.


먼저, 기존의 집을 비우기 위해서는 그동안 쌓아왔던 물건들을 차곡차곡 하나하나 선별해 박스에 넣어야 합니다.

그 박스가 열몇 개가 되었을 때쯤이면 꽉 차 보였던 방이 너무나 썰렁하게 텅 비게 됩니다.

그리고 이 짐들을 벽돌 나르듯이 날라 새로운 집에 옮겨둡니다.


그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4층에서 3층, 2층 그리고 1층으로 또다시 1층에서 2층으로

1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박스들은 중력에 순응하기도 하고 중력을 거스르기도 하면서 새로운 자리를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여행을 보내고 나면 헌 집에는 썰렁한 빈집 냄새만 가득하게 됩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합니다.


하지만 우울해하지 않습니다.

제게는 새로 시작하는 새집이 있으니까요.


새신을 신듯 들뜬 마음으로 마지막 짐을 들고 새집에 가면 마치 누가 지금 살고 있는 것처럼 온갖 짐들이 방을 매우고 있습니다.

분명 절반은 이별을 고하고 왔는데 짐이 두배로 늘어난 기분이 듭니다.


온 방을 가득 매운 짐들을 놓을 공간이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잠시 이사의 여독을 풀고 한 박스 한 박스 고된 여행을 끝낸 짐들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발 디딜 공간이 앉을 공간으로, 앉을 공간이 누울 공간으로, 누울 공간이 구를 공간으로 점차 넓어집니다.


모자랄 것 같던 새집이 방 3개 아파트 부럽지 않은 공간으로 탈피합니다.




우리 마음의 짐도 이삿짐들과 같지 않을까요?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받아들일 수도 없이 작아진 공간에 쌓여있는 짐들을 느리지만 빠르지 않게 차곡차곡 정리하다 보면 앉을자리가 누울 자리가 되듯, 한 명이 누울 자리가 두 명이 누울 자리가 되듯 주변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당장 지금은 조급하더라도

제 한 몸 누울 자리가 없더라도

한 박스 한 박스씩 마음의 짐들을 차곡차곡 정리한다면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을 초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음의 정리도 이삿짐을 정리하듯 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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